국회 법제사회위원장을 맡고 있는 여상규 자유한국당 3선 의원이 패스트트랙 강행 처리를 막지 못한 데 책임을 지는 차원에서 4·15 총선 불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이같은 이유로 불출마를 선언한 의원은 검사 출신인 재선 김도읍 의원에 이어 당내 두 번째다.
여 의원은 2일 총선 불출마 선언 기자회견을 앞두고 배포한 입장문에서 "국익을 무시한 채 오직 당파적 이익만을 쫓기 위해 온갖 불법과 탈법을 마다 않는 작금의 정치현실, 나아가 오직 내 편만 국민이라 간주하는 극심한 편가르기에 환멸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연동형 비례제 선거법과 공수처법과 같은 정권과 특정 정파만을 위한 악법들이 날치기 강행처리되는 모습 보면서 법사위원장으로서 참담함을 금할 수 없었다"며 "이처럼 '법치'와 '협치', 그리고 '국익'을 포기한 국회에 더 이상 제가 설 자리는 없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여 의원은 자신의 불출마로 당내 인적쇄신에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는 뜻도 전했다. 그는 "이러한 망국적 정치현실을 바꾸거나 막아낼 힘이 저에게는 더 이상 남아 있지 않다"며 "제가 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연부역강(年富力强)한 후진에게 기회를 열어주는 것뿐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여 의원의 불출마 선언으로 한국당에서 21대 총선 불출마를 공식화한 의원은 김무성(6선), 김세연·김영우(3선), 김도읍·김성찬(재선), 유민봉·윤상직(초선) 의원 등 8명이 됐다.
지난해부터 20대 국회 하반기 법사위원장으로 역임하고 있는 여 의원은 판사 출신으로, 새누리당 시절 황우여 대표 비서실장을 지냈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