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 style="margin-bottom:35px; color:#2d50af; font-size:15px; text-align:center">이 기사는 12월 30일 14:07 자본 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p>
≪이 기사는 12월30일(14:07)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정부가 내년에도 대규모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 발행을 추진한다. 최근 수년 새 발행이 잦아지면서 외평채 발행잔액은 13년 만에 최대 수준으로 불어날 전망이다. 매년 지급하는 외평채 이자만 3000억원에 달해 추가 발행을 둘러싼 논란이 일고 있다.
◆불어나는 빚 부담
30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최근 국회로부터 15억달러(약 1조7400억원) 한도로 외평채 발행계획을 승인받았다. 미국 대통령 선거가 내년 11월로 예정돼 있는 것을 고려하면 글로벌 금융시장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내년 상반기에 발행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외평채는 정부가 환율 안정을 목적으로 운용하는 외국환평형기금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발행하는 외화채권이다. 정부는 외평채로 발행한 자금을 외화 자산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원화가치의 급격한 상승이나 하락을 막고 있다.
현재 정부의 외평채 발행잔액은 약 9조4000억원이다. 2015년 말(약 7조원) 이후 4년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내년에 계획한대로 15억달러어치를 조달하면 발행잔액은 11조1000억원 수준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외평채 발행잔액이 10조원을 넘기는 것은 2006년 말(14조7000억원) 이후 약 13년 만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만기에 맞춰 차환한 물량이 적지 않았고 글로벌시장에서 한국 채권가격의 벤치마크(기준 지표) 역할도 꾸준히 해야 한다고 봤기 때문에 새로 외평채 발행을 추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40억달러어치를 발행한 것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해외에서 총 12차례 외평채를 발행했다. 이 중 절반인 여섯 차례(발행액 총 7조7800억원)가 최근 7년 동안 집중적으로 이뤄졌다. 2013년부터 지금까지 외평채 발행이 없었던 해는 2016년 뿐이었다.
외평채 발행잔액이 급격히 늘면서 이자 부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그동안 한국 정부의 신용등급(AA) 상승과 채권 금리 하락세에 힘입어 외평채 발행금리가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지만 한해 지급하는 이자만 약 3000억원에 달한다. 사상 최저금리(5년물 연 2.17%)로 발행했던 올해 6월과 비슷한 금리로 내년에 외평채를 발행한다고 해도 약 380억원의 이자를 새로 부담해야 한다.
외평채를 발행해 조성하는 외국환평형기금의 운용 수익률마저 하락 추세다. 정부는 외국환평형기금 대부분을 미국 국채 등 확정금리형 안전자산에 투자하고 있다. 글로벌 금리 하락 여파로 10년 만기 미 국채 금리는 연 1.90% 수준까지 내려앉았다.
◆민간 채권 구축효과
자본시장 일각에선 정부의 외평채 발행이 명분도 없고, 실리도 적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달 말 한국 외환보유액은 4075억6000만달러(약 474조원)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외화 유동성이 풍부한 상황이다. 내년엔 만기를 맞는 외평채가 없어 차환할 필요도 없다. 환율 안정화를 내세우기도 쉽지 않다. 미국 등 주요 국가가 환율 조작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어서다.
한국 기업의 해외 채권 발행여건을 개선한다는 이유를 대기도 어렵다는 평가다. 한 증권사 채권운용 담당자는 “이미 오래 전부터 글로벌시장에선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한국 채권가격의 벤치마크 역할을 하고 있다“며 ”외환위기나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처럼 한국 경제의 변곡점이 아니라면 외평채 발행효과가 잘 드러나지 않는다“고 했다.
오히려 한국 기업들의 외화 조달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정부의 외평채 발행시기에 밀려 가장 좋은 자금 조달시점을 놓칠 수 있어서다.
기재부는 기업 채권 발행일정이 외평채 발행시기와 겹치지 않도록 짜고 있다. 한국 기업의 해외 채권 발행은 기재부에 신고한 이후 진행하도록 돼 있다. 기재부가 채권 수요예측(사전 청약) 날짜를 결정하는 등 발행절차 대부분에 관여하기 때문에 사실상 ‘허가제’나 마찬가지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보험사들의 해외 영구채(신종자본증권) 발행이 줄줄이 무산됐던 지난해가 대표적이다. 교보생명 동양생명 등 국내 보험사들은 자본 확충을 위해 지난해 초부터 대규모 영구채 발행을 추진했지만, 기재부가 환율 하락방어를 이유로 해외 채권 발행을 자제시키면서 발행 시기를 하반기로 미뤘다.
그런데 그 해 6월부터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이 본격화되면서 신흥국 채권시장 분위기가 얼어붙기 시작했다. 이 와중에 정부가 9월 외평채 발행에 나서자 이들 보험사는 끝내 해외 발행을 포기하거나 자본 확충 무대를 국내로 옮겼다.
IB업계 관계자는 “적잖은 기업이 눈여겨봤던 자금 조달시기에 외평채가 등장해 타격을 받을까봐 전전긍긍하고 있다”고 말했다.
<ib업계>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 </ib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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