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왼쪽)과 모친인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오른쪽)이 말다툼을 벌인 지 5일 만에 공동 사과문을 내며 사태 수습에 나섰다.
이들은 30일 내놓은 사과문에서 “조 회장은 어머니인 이 고문께 곧바로 깊이 사죄했고 이 고문은 이를 진심으로 수용했다”며 “저희 모자는 앞으로도 가족 간 화합을 통해 고(故) 조양호 전 회장님의 유훈을 지켜 나가겠다”고 말했다. 지난 25일 조 회장과 이 고문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발표한 입장문을 놓고 말다툼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깨진 유리창과 상처를 입은 이 고문의 팔 사진이 공개되면서 ‘남매의 난’이 가족 갈등으로 번졌다는 해석이 나왔다.
조 회장과 이 고문이 ‘가족 간 화합’이라는 조 전 회장의 유훈을 재차 강조했지만 오너 일가에 경영권 분쟁의 불씨는 여전하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지난 23일 조 전 부사장이 법률대리인을 통해 이례적으로 조 회장에 반기를 들 정도로 남매간 감정의 골이 깊어서다. 지난달 정기인사 때 조 전 부사장의 경영 복귀가 무산되고 대한항공 내 조 전 부사장 측근들이 일제히 자리에서 물러난 게 갈등 폭발의 발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발표된 사과문에도 조 회장과 이 고문 간의 화해 메시지만 담겼다. 한진그룹 관계자는 “조 회장이 사과하는 자리에 조 전 부사장과 조현민 한진칼 전무는 없었던 것으로 안다”며 “모자 두 사람 간의 화해”라고 말했다.
관건은 내년 3월 한진칼 정기 주주총회다. 조 회장의 한진칼 사내이사 재선임 여부가 결정되는 주총 전까지 갈등이 봉합되지 않으면 조 회장 경영권이 위태로워질 수 있다. ‘크리스마스 다툼’을 계기로 이 고문이 주총에서 조 전 부사장의 손을 들어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조 회장(6.52%)과 조 전 부사장(6.49%) 간 지분율 차이는 0.03%포인트에 불과하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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