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안전위원회가 지난 24일 월성 1호기의 영구정지를 결정하자 한국수력원자력 노동조합, 자유한국당, 경주 지역주민 등이 “정부 탈(脫)원전 정책에 따르기 위해 경제성을 고의로 축소했다”며 법적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월성 1호기는 1983년 상업 가동을 시작한 국내 최초 가압중수로형 원전이다. 2012년 30년 설계수명이 완료되자 정부는 이를 2022년 11월까지 10년간 연장하기로 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 출범 후 탈원전 정책을 표방하면서 월성 1호기를 조기 폐쇄하고 수명을 연장하지 않기로 했다. 24일 원안위는 한수원의 영구정지안을 의결했다.
한수원 노조도 법적대응 검토
26일 한국당은 월성 1호기 영구정지 결정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고 엄재식 원안위원장과 위원들을 배임죄 혐의로 고발하겠다고 예고했다. 한수원 노조 역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위한 법률 검토에 나섰다.
월성 1호기 영구정지 결정을 둘러싼 쟁점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는 한수원이 월성 1호기 경제성을 고의로 축소 평가했다는 의혹이다. 한국당 탈원전대책특별위원회 총괄간사를 맡은 최연혜 의원은 “한수원은 2022년까지 연장 가동하기 위해 혈세 7000억원을 들여 월성 1호기를 수리해놓고 의도적으로 경제성을 낮춰 조기 폐쇄를 결정했다”며 “원안위가 원전해체위원회로 전락했다”고 주장했다.
국회는 이 같은 의혹과 관련해 9월 감사원에 감사를 청구했고 아직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태다. 반대표를 던진 이병령 원안위 비상임위원은 원안위 의결 후 “감사 결과가 나온 뒤 심의해도 늦지 않는다”며 “원안위의 이번 결정은 대단히 부당하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원안위 측은 “원안위는 원자력 안전성을 확인하고 규제하기 위한 독립 행정기관으로, 경제성과는 별개”라고 설명했다.
지역주민 “원안위, 정부 하수인 전락”
지역주민들은 지역 경제 피해보상 대책 없이 영구정지가 결정된 데 반발하고 있다. 월성 1호기 영구정지로 지역상생협력기금, 세금 등의 축소가 예상되는 데다 상주 직원이 줄어들면 지역 경제에 타격이 불가피해진다. 월성 1호기가 있는 경북 경주시 양남면 주민들은 대책을 촉구하며 조만간 원안위 앞에서 상경 집회를 벌일 예정이다.
한수원은 앞서 2015년 월성 1호기 수명연장 결정 이후 2022년까지 1310억원의 상생협력기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이 중 80~90%를 지역 도로 및 시설 개보수, 수익 사업 등에 사용했다. 문제는 영구정지 결정으로 나머지 기금을 계속 지원할지 여부가 불투명해졌다는 것이다. 경상북도와 경주시는 발전량 등에 비례해 2022년까지 예상했던 세금 수입 약 430억원을 거둬들이지 못하게 됐다.
하대근 양남면 발전협의회장은 “원안위는 탈원전을 앞세운 문재인 대통령 당선 이후 정부의 하수인이 됐다”며 “정말 국민의 안전이 걱정된다면 왜 이번 회의에서 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시설(맥스터)은 안건에서 쏙 빼놓았느냐”고 반문했다. 월성원전 부지 내 사용후핵연료는 2021년이면 포화상태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맥스터 건설에는 약 20개월이 소요된다. 하 회장은 “제때 맥스터를 증설하지 못하면 지역주민 안전이 위협받을 뿐 아니라 월성 2~4호기도 가동이 중단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원안위는 지난달 111회 회의에서 월성 원전 내 맥스터 추가 건설 안건을 월성 1호기 영구정지안과 함께 상정했으나 두 안건 모두 의결보류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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