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선거개입’ 의혹의 핵심 인물인 임동호 전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사진)이 돌연 일본 오사카로 떠난 것으로 확인됐다. 임 전 최고위원은 울산시장 출마를 포기하는 대가로 청와대로부터 고위직을 제안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해외 출국일은 자택 압수수색이 이뤄진 날이었다.
26일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공공수사제2부 등에 따르면 울산 지방선거 개입 사건 등과 관련해 지난 24일 주거지 등의 압수수색을 당한 임 전 최고위원이 이날 오사카에 있는 자신의 집으로 떠났다. 그는 피의자가 아니라 참고인 신분이어서 출국금지가 내려지지 않은 상태였다.
검찰 수사가 한창 진행 중인 시기에 갑작스럽게 한국을 떠난 것을 두고 정치권과 법조계에서는 ‘청와대나 여권이 그의 출국을 종용했다’ ‘일본으로 밀항했다’ 등의 뒷말이 나왔다. 검찰 관계자도 “임 전 최고위원과 연락이 닿지 않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임 전 최고위원이 28일께 귀국할 예정이라고 밝히면서 해프닝으로 끝날 가능성이 커졌다. 그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총선 출마를 위해 일본 후원 모임 및 송년식에 참석하려고 오사카에 왔다”며 “검찰 수사를 피해 일본으로 오지 않았으며, 28일께 귀국할 예정”이라고 해명했다.
임 전 최고위원의 거취가 주목받은 이유는 그가 청와대의 지방선거 개입 여부를 규명할 ‘키맨’으로 평가받아서다. 그는 지난해 울산시장 출마를 준비했으나 중도에 후보직을 사퇴해 결과적으로 송철호 울산시장이 단수공천을 받게 됐다.
검찰은 청와대와 여당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인 송 시장을 당선시키기 위해 ‘후보 매수’를 했을 가능성을 수사하고 있다. 검찰은 한병도 전 정무수석이 총영사와 공기업 사장 자리 등을 언급하며 임 전 최고위원의 불출마를 종용했다고 보고, 한 전 수석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입건해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송병기 울산시 부시장 업무수첩에도 ‘경선 경쟁자인 임 전 최고위원에게 출마를 포기하도록 해야 한다’는 내용이 적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임 전 최고위원은 한 전 수석, 임종석 전 비서실장, 김경수 경남지사 등과 이 같은 ‘자리 논의’를 한 적은 있으나 대가관계는 없었다고 부인했다. 하지만 검찰은 사실관계를 정확히 따져보기 위해 임 전 최고위원에 대한 추가 조사를 예정하고 있다.
검찰은 송 부시장에 대해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조만간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송 부시장은 ‘김기현 첩보’를 청와대에 최초 제보했으며 청와대 관계자들과 송 시장의 공천 및 공약과 관련해 논의한 인물이다. 검찰이 하명수사부터 선거개입까지 모든 의혹마다 언급되는 송 부시장의 신병을 확보하면 관련 수사에도 속도가 붙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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