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에서 열린 ‘소재·부품·장비 강소기업 육성’ 긴급 좌담회에서 참석자들은 “기업 간 협력 생태계가 건강해야 강소기업이 많아지고 국가 경쟁력이 살아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박철우 한국산업기술대 부총장의 사회로 열린 좌담회에는 김현효 일신오토클레이브 대표, 강해철 기가비스 대표, 이장재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혁신전략연구소장, 권준희 수림창업투자 대표가 참석했다. 일신오토클레이브와 기가비스는 최근 중소벤처기업부가 선정한 ‘강소기업 100 지원 프로젝트’에 뽑혔다.
박 부총장은 “지난 7월 일본의 수출 규제 및 화이트리스트(수출 절차 간소화 국가) 배제 이슈가 오히려 국내 소재산업 육성의 중요성을 알리는 계기가 됐다”고 운을 뗐다. 김현효 대표는 “지난해 수입에 의존하는 ‘초고압 플런저 펌프’ 등을 자체 개발하면서 적자를 기록했다”며 “제품 국산화와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는 기업의 이미지가 크게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가비스는 자동광학검사기가 주력 제품이다. 강해철 대표는 “2004년 설립 당시엔 시장에 국산 제품이 없었으나 국산화에 성공해 이젠 삼성전자를 비롯해 인텔과 교세라 등에 공급한다”며 “당시 생존 전략은 연구개발이었고 관련 인력이 전체의 70%”라고 말했다.
이장재 소장은 일본의 수출 규제를 제조 강국으로 가기 위한 시스템을 재정비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일본이 추후 입장을 바꿔 소·부·장 관련 품목을 저렴하게 공급하겠다고 나서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권준희 대표는 “소·부·장은 이익 창출이나 성장성 등 이른바 단기적인 매력은 낮다”며 “당장 성과가 안 나오더라도 강소기업이 출현할 때까지 기다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기술과 시간이 쌓이는 ‘축적의 힘’을 믿어야 한다는 것이다.
박 부총장은 “소·부·장은 국내외 대기업이 주요 수요처”라며 “협력업체가 겪는 애로사항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제값을 쳐주지 않으면 공급단가가 내려가고 제조업체로선 투자 여력이 없어지는 악순환이 이어진다”며 “기업 간 협력 생태계에서 가치를 인정하는 ‘밸류체인’이 구축돼야 한다”고 했다. 강 대표도 “요즘은 장비만 만드는 게 아니라 플랫폼을 통째로 개발한다”며 “연구개발(R&D) 및 고용 관련 세액공제를 더 확대해줘야 관련 기업이 적극적으로 개발에 나설 수 있다”고 주문했다.
박 부총장은 “산업기술대는 4200개 업체와 네트워크를 맺는 등 산학협력을 업그레이드해 기업의 기술 혁신을 돕고 있다”며 “공공과 민간 각 주체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