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74세인 소설가 이외수가 투병 생활을 끝내고 40년 만에 은사와 재회했다.
이외수는 지난 20일 방영된 KBS1 'TV는 사랑을 싣고'에 출연해 가난했던 대학 시절 버팀목이 돼준 은사인 춘천교대 미술과 한진구 교수를 찾았다.
이날 이외수는 '춘천 거지'로 불렸던 대학 시절을 회상했다. 500원이던 하숙집 월세를 밥 먹듯 밀려 학교 앞 하숙집이란 하숙집은 다 살아봤고 씻지 못했던 것은 물론, 이발할 돈이 없어 긴 머리를 방치하고 보름씩 굶는 일도 허다했을 정도였다고.
그때 이외수의 사정을 알고 끼니를 손쉽게 해결할 수 있도록 밀가루 한 포대를 어깨에 지고 하숙집을 찾아주신 아버지 같은 분이 바로 이날 찾아 나선 한진구 교수였다.
또 한 교수는 이외수의 미술에 대한 열정과 재능을 알아보고 수업이 끝난 후 몰래 벽을 타고 미술실로 들어가 그림을 그리는 이외수를 위해 원할 때 그림을 마음껏 그릴 수 있도록 미술실 열쇠를 복사해주기까지 했다.
그러나 한 교수의 지원에도 불구하고 이외수는 "생활고 때문에 그림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며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신춘문예에 도전, 1972년 강원일보 신인 작가로 등단했다. 소설가로 전향한 계기였다.
애틋한 사제지간을 유지했던 두 사람은 20년 전 돌연 한 교수가 한국을 떠나면서 연락이 끊기고 말았다고. 이외수는 이후 교수님을 찾아뵙고 싶었으나 위암, 남성 유방암 투병까지 하게 되면서 그럴 수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이외수는 지난 2014년 위암 2기 판정을 받았다. 위암 수술로 위를 제거했지만 이후 3번의 폐기흉 수술과 유방암 판정까지 받았다. 다행히 현재는 완치된 상태였다. 이외수는 "앞으로 잘 먹는 일만 남았다"고 건강 상태를 전했다.
이어 이외수는 "떳떳하게 교수님 앞에 나서기 위해 항상 더 나은 때만을 기다렸지만, 되돌아보니 지금보다 더 나은 때는 없었다는 걸 깨달았다"며 한 교수를 꼭 만나고 싶다고 내비쳤다.
고령인 한 교수와의 재회 여부는 쉽지 않을 것이라 여겼지만 극적으로 한 교수가 캐나다에 거주 중임을 알게 됐다. 결국 한 교수는 캐나다에서부터 이외수를 보기 위해 한국을 찾았고, 춘천교대 미술실에서 재회한 두 사람은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최민지 한경닷컴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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