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리튬이온전지 강국으로 불린다. 소형 2차전지 시장만 놓고 보면 점유율이 45.3%에 이른다. 하지만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꼽히는 전기자동차용 전지로 넘어가면 사정이 달라진다. 한국의 시장점유율은 15.9%. 중국의 3분의 1, 일본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전기차용 전지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2018년 기준 자동차용 전지가 전체 2차전지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0.9%에 달했다. 2차전지 시장의 중심이 노트북, 스마트폰과 같은 정보기술(IT) 기기에서 전기차로 바뀌었다는 얘기다.
한국의 또 다른 아킬레스건은 소재다. 2차전지 핵심 소재 분야에서 중국 일본 등에 밀리고 있다. 가장 취약한 분야는 시장점유율이 3%에 그치고 있는 음극재다. 양극재(9%), 전해액(11%), 분리막(10%) 등도 시장점유율이 10% 안팎에 불과하다. 나머지 시장은 중국과 일본이 나눠 갖고 있다. 완제품 조립엔 강하지만 소재와 부품에는 약점을 보이는 한국 제조업의 전형적인 모습이 2차전지 분야에서도 나타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소재 분야의 약점은 특허 출원 건수에서도 드러난다. 전체 특허의 50% 안팎이 일본에서 나온다. 한국에서 출원한 특허의 비중은 20% 선이다. 특허청 관계자는 “LG화학, 삼성SDI와 같은 대기업은 탄탄하지만 이들 뒤를 받칠 만한 기업이 드물다”며 “실력 있는 중견·중소기업의 시장 진출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코스닥시장 상장사인 대주전자재료는 2차전지 소재 분야에서 보기 드문 강소기업으로 꼽힌다. 최근엔 세계 최초로 실리콘계 음극재를 개발해 전기차용 파우치셀에 적용하는 성과를 냈다. 실리콘산화물은 안정적으로 배터리 수명을 늘려줄 소재로 꼽힌다. 기존 흑연 소재 음극재를 실리콘계 음극재로 대체하면 한 번 충전했을 때 전기차가 주행할 수 있는 거리가 두 배 가까이 늘어난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이 회사는 ‘특허 부자’로도 유명하다. 2차전지 관련 특허만 110개를 보유하고 있다. 지식재산권(IP)에 소홀한 여타 중소기업과 다른 행보다. 지난 19일엔 특허청이 수여하는 특허기술상인 세종대왕상을 받기도 했다.
임일지 대주전자재료 대표(사진)는 “소재 개발은 연구비가 많이 들고 완제품이 나올 때까지 걸리는 시간도 상당하다”며 “진입장벽을 두텁게 하기 위해 특허에 집중했다”고 말했다. 한국에 소재 분야 강소기업이 드문 이유와 관련해서는 “일본은 대학이나 출연연구소가 오랜 기간 연구한 결과물을 기업에 이전하는 구조”라며 “한국 기업들은 일본만큼 대학이나 연구기관의 도움을 받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대주전자재료는 내년부터 실리콘계 음극재를 본격적으로 생산할 계획이다. 임 대표는 “2022년쯤 되면 전기차의 효율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실리콘계 음극재가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현재 1000억원 안팎인 매출을 2025년까지 3000억원 선으로 늘리겠다”고 말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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