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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15억 시점' 대출 신청일? 돈 나오는 날?…금융당국도 헷갈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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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12·16 부동산 대책’ 곳곳이 ‘구멍’이다. 급조한 기색이 역력하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이번 대책의 골자는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 내 시가 15억원 초과 아파트에 대한 주택담보대출 금지와 담보인정비율(LTV) 강화다. 군사 작전처럼 급작스레 밀어붙였다. 그만큼 ‘각론’이 허술하다. 세부 규정에 대해선 정부도 답을 하지 못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오락가락 설명에 소비자만 피해를 보고 있다. 정확한 대출 계획조차 세우기 힘들다는 하소연이 터져 나온다. 일각에선 정부가 설익은 대책을 내놓은 것은 정책 주도권이 청와대에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14억원에 계약, 대출 실행일 15억원?

대출을 신청한 뒤 대출금이 소비자 계좌에 들어가는 데는 두어 달의 시차가 있다. 시장이 급변동할 때는 이 기간에도 집값이 출렁일 수 있다. 정부가 ‘15억원’이라는 인위적인 기준점을 정하면서 문제가 복잡해졌다. ‘도대체 언제를 기준으로 15억원이라는 잣대를 들이댈 것이냐’는 시장의 목소리가 나오자 정부는 당황하기 시작했다.

은행은 대출 신청이 들어왔을 때 담보물(아파트)의 가격이 시가 15억원을 넘지 않으면 대출 승인을 내줄 수 있다. 하지만 실제 대출금이 차주의 통장으로 들어가는 ‘대출 실행일’이 기준이 되면 판단이 어려워진다. 매매계약을 하고 대출 신청을 할 때까진 14억원이었다가, 대출을 실행할 때 15억원이 넘어 대출을 금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은행은 집값 변동 방향과 폭을 예측해 대출 승인 여부를 판단해야 하는 어려움에 처한다. 금융당국은 이 같은 지적이 나오자 18일 저녁 “대출 신청일 기준”이라고 설명했다.

은행은 가격 변동 방향과 폭을 모두 예측해 대출 승인을 내주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당국에 토로하고 있다. 뒤늦게 허술함을 인지한 금융당국은 ‘15억원 초과 대출 금지’ 적용 시점을 어디에 둘 것인지 내부 검토에 들어갔다.

15억원 초과 아파트를 담보로 한 생활자금 대출도 논란이다. 정부는 12·16 부동산 대책에서 주택구입 목적이 아니라 생활자금 용도라면 15억원 초과 아파트라도 1억원까지 주택담보대출을 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같은 날 오후 8시에는 추가자료를 내고 은행 본점 여신심사위원회를 통과하면 1억원을 초과한 금액도 LTV 규제 안에서 대출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한 은행 관계자는 “결국 소비자가 얼마나 적극적으로 대출 요구를 하느냐에 따라, 또 심사위 결정에 따라 대출 규모가 달라지는 구조”라며 “형평성 논란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15억원 초과 아파트를 담보로 임차보증금 반환용 대출에 대한 승인 여부를 두고도 정부는 우왕좌왕했다. 대책 발표 당시엔 해당 내용이 없었는데 16일 저녁엔 ‘허용’, 다음날엔 ‘금지’로 기준이 바뀌었다.

DSR 규제도 모호

총체적상환능력비율(DSR)을 개인별 관리하겠다는 것도 허점이 많다는 지적이다. DSR이란 모든 가계대출 원리금상환액을 연간 소득으로 나눈 비율이다. 분자에 신용대출, 마이너스통장, 카드론, 자동차 할부대출 등이 모두 포함된다.

은행과 보험회사 등 금융회사들은 이 비율을 평균 40% 이하로 관리해야 한다. 한 명이 DSR 20%라면, 다른 한 명은 DSR 60%까지 대출받을 수 있다.

은행은 23일부터 차주 개인별 DSR을 40% 이하로 관리해야 한다. 하지만 은행들은 현재 시스템으로는 사실상 불가능한 규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예를 들어 영업점에선 대출 신청자가 다른 금융회사에 대출이 있는지를 파악해 DSR 수치를 알아낼 수는 있다. 하지만 영업점 인력이 일일이 들여다보지 않는 모바일 대출에선 불가능하다. 한 은행의 여신담당자는 “금융당국이 DSR 규제를 주택구입 목적용 대출에만 제한할 것인지, 생활자금용 대출에까지 적용할 것인지도 명확히 답해주지 못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이에 대해서도 뒤늦게 추가 자료를 내고 “차주 단위 DSR 규제는 대출 용도와 관계없이 적용한다”고 밝혔다.

급조한 대책으로 시장 혼란 가중

정부가 부동산 가격을 잡겠다는 의지만 강했을 뿐 냉철하고 면밀하게 대책을 세우는 데는 실패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보안 유지에 급급한 나머지 외부 전문가들로부터 대책 모니터링을 받기 힘들었다는 설명이다.

청와대가 대책의 큰 틀을 짠 탓에 각 부처가 예방책을 마련하기도 힘들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정부 관계자는 “청와대가 부처별로 부동산 대책 아이디어를 모두 가져오라고 한 다음 발표 내용을 내부에서 결정했다”며 “정부 내부에서도 부동산 관련 실무진 외에는 발표 당일까지 내용을 몰랐다”고 전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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