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노버를 세계 최대 PC업체로 키워낸 류촨즈(柳傳志) 레노보 창업자(사진)가 은퇴한다.
17일 제일재경 등 중국 매체들에 따르면 류 창업자는 18일 레노버의 모기업인 레전드홀딩스 회장 자리에서 물러난다.
류 회장은 중국의 개혁개방 초기인 1984년 국가연구기관인 중국과학원에서 연구원으로 일하다 레노버의 전신인 신기술발전회사(영문명 Legend·레전드)를 세웠다. 이후 외국 전자기업의 주문을 받아 소형 전자제품을 만들기 시작하다가 직접 PC 생산에 뛰어들었다.
류 회장은 폭발하는 중국 정보기술(IT) 시장의 성장에 힘입어 중국 PC 업계를 석권했다. 2002년에는 해외 진출을 위해 사명을 레노버로 바꿨다. 레전드가 이미 해외에 상표로 많이 등록돼 있었기 때문이다. 영문명 레전드의 앞글자인 Le에 라틴어로 '새로운'이라는 뜻의 노버(novo)를 결합했다.
2004년에는 IBM의 랩톱 브랜드인 싱크패드를 인수하는 등 공격적인 인수합병을 통해 휴렛팩커드(HP), 델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세계 최대 PC업체로 도약했다.
현재 세계 PC 시장에서 레노버, HP, 델 세 업체가 50% 이상의 점유율을 기록 중이다. 레노버는 올 상반기 글로벌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류 회장은 중국의 개혁개방 이후 급성장한 IT 분야의 민영 기업을 대표하는 인물 중 하나다. 중국 IT 업계를 대표하는 1세대 창업자인 화웨이의 런정페이 회장과 1944년생 동갑이다.
류 회장은 2005년에도 은퇴한 바 있다. 2009년 레노버가 처음으로 적자를 내자 복귀해 흑자 전환을 이끌었다.
류 회장은 2011년 11월 사업 법인인 레노버 회장에서 물러나 지주회사인 레전드홀딩스 경영에 집중해왔다. 레전드홀딩스는 류 회장이 70세이던 2015년 홍콩증시에 상장했다.
류 회장은 지난해 12월 개혁개방 40주년을 맞아 중국의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바이두 창업자인 리옌훙 회장, 지리자동차의 리수푸 회장 등과 함께 정부 표창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레노버는 스마트폰 보급 확대에 빠르게 대응하지 못하면서 화웨이, 알리바바, 바이두, 텐센트 같은 신예 기업들에 중국 대표 IT기업의 자리를 사실상 내줬다.
레노버의 주력 사업 분야인 PC는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 등 모바일 기기에 비해 성장세가 둔화돼 회사의 발전을 위해 새로운 성장 동력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레전드홀딩스는 18일 류 회장의 퇴임을 정식으로 발표하지만 별도 퇴임 행사는 예정하지 않고 있다고 중국 매체들은 전했다. 류 회장의 위상에 비춰볼 때 매우 조용한 은퇴라는 평가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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