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12월11일(16:57)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투자만큼이나 엑시트(투자회수)의 길을 여는 것이 중요합니다. 스타트업들은 사업 초기단계부터 해외 시장으로의 엑시트를 염두에 둘 필요가 있습니다.” (브라이언 강 노틸러스 벤처스 대표)
“벤처 투자가 늘고 있지만 모든 틀이 수도권을 기준으로 맞춰져 있습니다. 지역적 특성에 맞춘 벤처생태계 조성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김용민 인라이트벤처 대표)
한국 벤처투자 시장이 한 단계 발전하기 위해선 대기업과 중소 스타트업, 수도권과 지방, 한국과 세계 간 ‘연결‘을 강화해야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KDB산업은행(이하 산은)/의 벤처투자 플랫폼 넥스트라운드가 한해를 마무리지며 성과를 공유하는 ’2019 클로징 데이‘에서다. 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스타트업을 뜻하는 ‘유니콘’기업이 10곳 넘게 탄생하는 등 국내 벤처투자 시장은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미성숙한 엑시트 시장, 지역·국가간 네트워크 부재 등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많다는 이야기다.
11일 산은은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넥스트라운드 2019 클로징 데이를 열었다. 넥스트라운드는 산은이 벤처기업들에게 투자 유치 기회를 제공하고 투자자들에게는 우량 투자처 발굴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2016년 8월 출범한 시장형 벤처투자 플랫폼이다. 이날 클로징데이까지 올해만 110번의 기업소개(IR)라운드를 진행했다. 설립 이후 현재까지 총 325회의 라운드를 진행해 총 1조 4500억원의 투자유치를 연결해 성공적인 공공 플랫폼 구축 사례로 평가 받는다.
이날 행사는 유니콘 진입을 앞둔 미국(피스컬노트)과 한국(스마트스터디)의 스타트업의 IR과 ‘벤처생태계의 연결’을 주제로 한 국내외 벤처투자 전문가들의 토론으로 진행됐다. ‘연결’은 산은 넥스트라운드가 올해를 기점으로 핵심 과제로 선정한 ‘키워드’다. 넥스트라운드가 제주 여수 춘천 등 10곳의 지역과 상하이 자카르타 등 아시아 벤처투자 중심지에서 IR라운드를 진행하고, 이날 피스컬노트를 비롯해 그랩, 고젝 등 동남아시아의 대표 스타트업들을 한국에 초청해 IR을 진행한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 나왔다.
송은강 캡스톤파트너스 대표의 사회로 진행된 토론엔 벤처생태계 참여자를 대표하는 연사들이 참여해 시각을 공유했다. 핵심은 국경이나 지역, 세대의 장벽을 넘어서 가치 있는 기업에 대한 투자를 활성화시킬 수 있는 환경을 만들자는 데 모아졌다.
싱가폴에 기반을 두고 동남아 지역 스타트업에 투자 중인 센토 벤처스의 한상우 파트너는 ”최근 몇 년새 국내 투자자들의 활발한 동남아 진출로 한국이 금융 투자자라는 인식이 동남아 기업들에 각인됐다“며 ”보다 다양한 기업들이 한국에서 IR을 하고 투자를 받을 수 있는 개방된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대기업인 롯데그룹의 벤처 투자를 담당하는 김영덕 롯데액셀러레이터 사업총괄상무는 “대기업과 스타트업이 서로 줄 수 있는 것을 명확하게 주고 받는 파트너 관계가 돼야 한다”며 ”중소기업은 하청업체라는 기존의 틀이 깨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투자 이후 엑시트 단계에 대한 정부와 업계의 고민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대리운전호출앱 김기사를 카카오에 매각한 뒤 엑셀러레이터로 변신한 박종환 김기사랩 대표는 “현재 한국에선 유니콘이 되자는 이야기만 하지 그 이후엔 어떻게 할지는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벤처캐피탈을 비롯해 이미 자리를 잡은 선배 창업자들이 단순히 스타트업에 자금을 대주는 것을 넘어 건실한 성장과 엑시트까지 도움을 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실리콘밸리 기반의 벤처캐피탈인 노틸러스 벤처스의 강 대표는 “자체 시장이 큰 미국 중국과 달리 한국은 시장이 작아 엑시트 시장이 충분히 커지기 어렵다“며 “유니콘이 만들어지고 투자 회수가 이뤄져 또 다른 신생 기업에 투자가 이뤄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 위해선 법이나 규제를 실리콘밸리 등에서도 통하는 글로벌 스탠터드에 맞춰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행사엔 인공지능(AI)를 통한 데이터분석 서비스로 실리콘밸리의 기대주로 주목 받고 있는 피스컬노트와 ‘핑크퐁’ ‘아기상어’등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영유아 컨텐츠를 개발한 스마트스터디가 IR을 진행했다. 발표자로 나선 팀 황 피스컬노트 창업주 겸 CEO(최고경영자)는 ”미국에서만 각종 정부 기관에서 연간 수백만건이 넘는 정책과 자료를 내놓고 있고 수 많은 정부기관이나 기업들이 영향을 받는다“며 ”우린 이런 자료들을 분석해 5000여 고객들에게 솔루션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이승규 스마트스터디 창업자 겸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유튜브 시대에 가장 생명력 있는 캐릭터를 지속적으로 만들어내는 것이 목표”라며 “외부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끊임없이 제공 받기 위해 자체적으로 작은 기업주도형벤처캐피탈(CVC)을 설립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산은은 넥스트라운드의 올해의 성과를 기반으로 사업을 꾸준히 키워나갈 계획이다. 글로벌 진출을 가속화하고, 비즈니스모델이 검증된 지역 스타트업의 투자유치를 도와 유니콘 단계까지 성장할 수 있도록 ’스케일업‘ 지원도 늘려나가는 것이 내년의 과제다. 이동걸 산은 회장은 이날 환영사를 통해 “산업은행은 앞으로도 넥스트라운드가 끊임없는 열정과 새로운 도전을 통해 지역과 수도권, 글로벌 벤처생태계를 연결하고, 스타트업과 중견기업, 대기업을 유기적으로 연결해 벤처생태계의 혁신과 도약에 기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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