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에 앓고 있던 질병이라도 업무로 생긴 다른 병 때문에 상태가 나빠졌다면 공무상 재해로 인정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3단독 이길범 판사는 퇴직 경찰공무원인 A씨가 공무원연금공단을 상대로 “장해급여를 주지 않은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장해급여는 공무원이나 근로자가 업무로 인해 부상 또는 질병을 얻었을 때 그 정도에 따라 지급하는 급여다.
1990년대부터 고혈압 증상을 앓고 있던 A씨는 2000년 급성 심근경색으로 공무상 요양을 허락받았고 2016년엔 말기 신장병을 진단받았다. A씨는 2018년 공무원연금공단에 장해급여를 신청했지만 신장병 발병이 체질적·유전적 요인 때문이라며 거부당했다. 이에 A씨는 급성 심근경색으로 심장뿐 아니라 신장 기능도 나빠졌고 계속된 과로와 스트레스 때문에 말기 신장병을 얻은 것이라며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기존의 병이 업무와 직접 관련이 없더라도 업무로 생긴 병 때문에 더 나빠졌다면 업무와의 인과관계를 인정해야 한다”며 A씨 주장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이어 “신장 기능이 나빠지는 상황에선 일상적으로 하던 근무라도 야근 등이 계속돼 피로를 풀기 어려워지면 말기 신장병 등의 발병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며 공단에 처분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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