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피자를 한 판 다 먹기보다 큰 피자를 만들어서 한 조각을 먹는 게 나을 수 있죠.”
의료기기 개발 플랫폼 기업 솔메딕스의 양인철 대표는 사업 전략을 이렇게 설명했다. 2015년 설립된 이 회사는 외과수술에 쓰이는 일회용 의료기기를 개발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솔메딕스는 제품 아이디어를 의사, 업체 등 외부에서 도입한 뒤 제안자와 함께 개발해 수익을 공유하는 사업 모델을 채택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흔치 않은 모델이다.
의료기기 공동 개발 후 수익 공유양 대표는 건국대에서 의공학으로 학사와 석사 학위를 받고 동국대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이후 동국대 의료기기개발촉진센터에서 5년간 연구원으로 일했다. 그는 “센터에서 창업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가 좋은 아이디어를 지원하면 프로젝트 매니저로 제품 개발을 도왔다. 그러나 한계를 느꼈다. 양 대표는 “국가과제로 개발하다보니 검증이 까다로워 자율성이 떨어졌고 사업화에 기여한 연구원에 대한 인센티브도 없었다”고 했다.
그는 이곳에서 얻은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창업 후 ‘모자이크’라는 의료기기 개발 플랫폼을 구축했다. 모자이크는 5단계로 구성된다. 우선 의료진이 가지고 있는 제품 아이디어를 제안받는다. 제안자가 일정 금액을 심사비 명목으로 낸다. 양 대표는 “의료진이 좋은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어도 병원 안에서 제품화하기는 쉽지 않다”며 “글로벌 기업들은 전임상이나 임상 단계의 제품을 도입하고 싶어 하기 때문에 우리는 초기 단계의 제품을 이 수준까지 끌어올리는 역할을 한다”고 했다.
제안서가 들어오면 의료, 경영, 특허, 법률 등 180여 명의 외부 전문가 팀이 블라인드 평가를 한다. 그는 “삼성서울병원, 고려대안산병원 등과 업무협약을 맺어 제품 특성에 맞는 의료진을 소개받는다”며 “제품의 혁신성과 시장성을 판단하는 데 한 달가량 걸린다”고 했다.
아이디어가 좋다고 판단되면 제안자의 소속기관과 공동연구협약을 맺고 제품을 함께 개발한다. 양 대표는 “제안자는 아이디어와 임상 노하우가 있고 우리는 연구개발 노하우가 있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했다. 솔메딕스는 제안자와 특허를 공동명의로 출원한다. 제품화가 끝나면 병원에 판매하거나 기술이전을 한 뒤 제안자와 수익을 나눈다.
ODM과 스핀오프도 추진솔메딕스는 2016년 이후 지금까지 62건의 아이디어를 검토해 그중 13건의 사업화를 추진 중이다. 이 회사는 현재 외과수술에 쓰이는 일회용 기기만 개발하고 있다. 양 대표는 “시장 규모가 300조원에 달할 뿐 아니라 제품 개발 부담도 작다”고 설명했다.
이 회사는 내년에 4개 제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기도삽관튜브 이탈 및 구강·피부 손상을 방지하는 장치, 폐 조직생검 바늘 고정장치 등이다. 양 대표는 “제품별로 매년 20억원의 수익을 올릴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솔메딕스는 정부의 제조관리기준(GMP) 인증을 받은 330㎡ 규모의 생산시설을 갖추고 있다. 일종의 공유 팩토리다. 공장을 설립하기 어렵거나 소량 생산에 적합한 제품을 개발하는 경우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양 대표는 “제조업자개발생산(ODM) 사업으로 내년부터 매출이 나올 것”이라고 했다.
시장성이 큰 제품은 스핀오프도 추진한다. 그는 “미국 스트라이커는 의료기기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을 3000억원에 인수하기도 했다”며 “비슷한 사업 아이템으로 그룹을 만들어 자회사를 설립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 이 회사는 5년 내 상장할 계획이다.
임유 기자 free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