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정상화의 가장 큰 변수로 꼽히는 자유한국당의 차기 원내대표 경선이 9일 치러진다. 후보로는 유기준 의원(4선), 강석호 의원(3선), 심재철 의원(5선), 김선동 의원(재선)이 출마한다. 유력 후보가 없는 다자 구도와 출석 의원의 과반 득표자가 없는 경우 1·2위 결선 투표로 승부를 가리는 경선 룰이 맞물려 역대 가장 예측하기 힘든 경선이라는 평가다. 정치권은 ‘나경원 불신임’ 사태, 내년 총선, ‘황심(黃心·황교안 대표의 마음)’, ‘쇄신’ 등이 변수가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비박(비박근혜)계 3선인 강 의원은 원내대표로서 협상력과 정치력을 강조했다. 강 의원은 자신을 ‘중도적인 실속형 협상가’로 표현했다. 당내 의원들이 이른바 ‘황심’의 향방을 신경쓸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의도적으로 ‘친박(친박근혜)-비박’ 구도를 피하고 ‘협상-강경 프레임’을 강조하는 모습이다. 동시에 정책위원장 후보인 러닝메이트로 친박계 재선 의원인 이장우 의원을 선택하며 ‘반황’ 분류는 피하려고 했다. 일명 ‘나경원 불신임’ 사태와 관련해 당이 지나치게 ‘친황 체제’로 가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강 의원에게는 오히려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상당수 한국당 의원이 과거 계파 쏠림 현상으로 총선에 실패한 트라우마를 갖고 있어 “원내 견제세력이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질 경우 비박계인 강 의원에게 표가 갈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후보 중 황 대표와 가장 가까운 인물로 알려진 친박계 4선인 유 의원은 은연중 ‘황심’이 자신에게 있다는 점을 강조해왔다. 강경 투쟁을 강조하며 그동안 황 대표의 행보와 발을 맞추려는 모습도 보였다. 유 의원은 박근혜 정부에서 해양수산부 장관으로, 황 대표는 법무부 장관과 국무총리로 함께 활동했다. 황-유의 호흡이 잘 맞을 것이라는 점에서 당내에서 투톱 시너지에 대한 기대도 있다. 계파 균형을 고려한 듯 유 의원은 러닝메이트로는 비박계 초선인 박성중 의원을 선택했다.
5선인 심 의원은 계파 색깔이 가장 옅은 반면 대중적인 인지도는 가장 높다는 평가다. 심 의원은 ‘친박-비박’, ‘강경-협상’ 구도 이외의 ‘경험’과 ‘탈계파’를 강조하고 있다. 후보 중 최다선 의원이라는 점, 국회 부의장까지 지냈다는 연륜도 앞세우고 있다. 러닝메이트 선정에도 이를 고려해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을 맡고 있는 3선의 김재원 의원을 택했다. 지역구 생존을 걱정하는 수도권 의원 중 초·재선 그룹의 지지를 얻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재선인 친박계 김 의원은 최근 당의 ‘쇄신’ 흐름을 타고 도전장을 내밀었다. 후보 네 명 중 가장 선수가 낮지만 강점으로 승화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최근 황 대표는 초·재선 의원을 주요 당직에 배치하는 등 인적 쇄신에 나서고 있다. 당내에서 “원내대표도 중진급보다는 재선 의원이 할 필요가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된다면 승산이 있다는 계산이다. 흐름에 맞춰 러닝메이트 역시 비박계 초선인 김종석 의원을 골랐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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