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가 절반 이상 남은 부산외국어대학교 정기영 총장이 돌연 사퇴했다.
부산외대에 따르면 정 총장은 최근 일신상의 사유로 사의를 표명했고 이사회가 7일 승인했다. 지난해 3월 취임한 정 총장의 임기는 오는 2022년 2월까지로 2년 이상이 남은 상황이었다.
대학 측은 정 총장의 사퇴 이유를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일각에서는 '장학금 사건' 연루 의혹이 작용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부산외대 장학금 사건은 지난 5일 제기됐다. 부산외대 일본어 창의융합학부(일본어학부) 교수들이 10년 가까이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줬다 뺏었다는 내용이다.
부산외대 관계자와 졸업생 등에 따르면 일본어학부 교수들은 월급에서 월 1∼2만 원씩 학부발전기금을 냈다. 이들은 이 돈으로 학기마다 학생 1명에게 장학금 혜택을 주기로 하고, 대상자도 직접 선발해 학교 본부에 보고했다.
그러나 정작 학생들은 돈을 받지 못했다. 장학생으로 선발되기 전 교수들이 "장학금 250만원을 줄테니 학부 계좌로 수고비 2만원을 뺀 248만원을 입금하라"고 지시했기 때문이다. 지난 2011년부터 17명의 학생이 이러한 일을 겪은 것으로 확인됐다.
뒤늦게 해당 사실이 외부로 알려지면서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학생들로부터 돌려받은 장학금 일부는 부산외대 학생 실용 일본어 검정시험 응시 비용에 사용된 것으로 추정된다.
오랫동안 일본어학부 학부장을 맡은 정 총장 역시 이 사건과 연루됐을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정 총장이 실용 일본어 검정시험 국내 판권을 가졌다는 점에서 학교 장학금이 정 총장에게 흘러들어갔다는 의혹도 샀다.
한편 정 총장은 실용 일본어 검정시험 법인은 비영리 단체로, 수익사업과 관련이 없다고 해명한 바 있다.
최민지 한경닷컴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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