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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에어드레서, 옷에 밴 삼겹살 냄새 싹…"마법같은 스팀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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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겹살집에 가면 먼저 옷 담는 비닐부터 찾았다. 메뉴판을 보는 건 그다음이었다. ‘고기는 구워 먹어야 제맛이 난다’고 생각하지만 냄새는 싫었다. 더 힘든 건 다음날 아침 정장에 밴 냄새를 다시 맡는 것이었다. 선택권이 있을 땐 삼겹살 대신 족발이나 보쌈을 골랐다.

‘삼성 에어드레서’를 써보기로 한 것도 탈취 기능이 어느 정도인지를 경험해 보고 싶은 마음이 가장 컸다. ‘스팀으로 없애기 힘든 냄새까지 제거한다’는 광고 문구가 솔깃했다. 주름 관리 기능을 쓰면 ‘아침 다리미질 시간을 줄일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있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기대 이상’이었다.

대용량(옷 다섯 벌이 들어가는 제품) 에어드레서를 집에 들인 뒤 일부러 정장을 입고 회사 근처 삼겹살집에 가봤다. 고기 맛은 기가 막힐 정도로 좋지만 냄새 탓에 평상시에는 좀처럼 발걸음이 향하지 않던 곳이었다. 누린내가 옷을 담은 비닐봉투를 뚫고 들어올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환기 시설까지 열악한 곳이기 때문이다. 정장 상의를 입고 두 시간 정도 고기를 구웠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에어드레서를 열고 ‘스페셜 정장’ 코스를 가동했다. 약 40분 동안 ‘청정, 드라이, 탈취’를 진행하는 관리 기능이다. 종료음이 나자마자 옷을 코에 갖다 댔는데, 깜짝 놀랐다. 기계 특유의 말로 표현하기 힘든 향은 났지만 고기 냄새는 씻은 듯이 없어졌다. 다음날 아침에 입고 가도 괜찮을 정도였다. 그다음부턴 청국장, 마라탕 등 향이 독특한 음식을 먹으러 갈 때도 마음이 편안해졌다.

삼성전자가 에어드레서의 또 다른 장점으로 내세우는 건 소음과 진동이 작다는 것이었다. 에어드레서는 옷을 흔들지 않고 스팀으로 미세 먼지를 털어낸다. 오후 11시께 ‘표준’ 모드로 돌려봤다. 의류건조기처럼 소리가 클까봐 조마조마했지만 괜한 걱정이었다. 소리가 아예 안 난다고 할 순 없었지만 거슬릴 정도는 아니었다. ‘늦은 귀가 또는 이른 출근 시간에도 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진동도 작았다. 정장을 넣을 때 어깨 부분에 양말을 올려놓고 에어드레서를 가동시켜봤다. 진동이 크면 양말이 떨어질 것이라고 생각해서다. 정장 바지도 집게로 고정시키지 않고 에어드레서 옷걸이에 걸쳐 놓듯이 넣었다. 40분 가까이 가동시킨 뒤 문을 열어 보니 양말과 바지는 그대로 있었다.

옷감 관리 성능은 전반적으로 ‘괜찮은 수준’이었다. 정장을 대부분 입기 때문에 ‘스페셜 정장’ 코스를 주로 활용했다. 에어드레서에 들어갔다 나오면 옷들은 거짓말처럼 빳빳해졌다. ‘드라이클리닝’을 갓 끝낸 옷 수준은 아니었지만 평소 애용한 런드리고(온라인 주문 세탁 서비스) 앱(응용프로그램)을 켜는 횟수가 줄었다.

바지에 있어선 약간 실망스러웠다. 삼성전자, LG전자 모두 바지 주름을 펴주는 기능을 공격적으로 광고하고 있어 기대가 컸다. 에어드레서에 넣으면 저절로 ‘군대식 칼주름’을 잡아줄 걸로 생각했다. 설치 기사 안내대로 밑단에 바지를 당겨주는 ‘추’ 역할을 하는 주름 강화용 옷걸이를 끼우고 동작 버튼을 눌렀다. 꺼내 보니 잡혀 있던 주름이 선명해지긴 했지만 아침에 다리미판을 안 꺼내도 될 정도는 아니었다. 다만 다리미를 두세 번 밀어야 선명해졌던 주름이 에어드레서를 쓴 이후부턴 쓱 갖다 대도 확실히 잡혔다. 시간을 많이 줄일 수 있었다.

허탈한 심정이 들었던 것은 무릎 뒤쪽 접히는 부분의 구겨짐이 그대로인 걸 확인했을 때였다. 무릎 뒤 주름은 매일 아침 다리미를 꺼내야 하는 가장 큰 이유여서 효과에 대한 기대도 컸다. 기능을 잘못 선택했나 싶어 한 시간 이상 더 돌렸는데도 별 차이는 없었다.

가장 중요한 기능인 ‘미세먼지 제거’는 측정 도구가 없어 검증이 불가능했다. 다만 옷에서 떨어져 나온 먼지들이 보푸라기 필터에 쌓여 있는 건 눈으로 확인했다. ‘건조’ 기능은 예상 밖으로 쓸 만했다. 셔츠를 의류건조기에 넣으면 쭈글쭈글해지는 게 불만이었다.

가전 제품 체험 기사를 연재하기 시작한 이후 시험용 가전 제품을 빌려 집에 여러 번 들여놓은 적이 있다. 올 들어 여러 가전을 써봤지만 반납한 뒤 ‘허전함’을 느낀 제품은 에어드레서가 처음이었다. 의류 관리에 신경 쓰는 직장인들을 제대로 공략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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