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 기업 노키아는 1990년대 말 휴대폰 시장 최강자로 떠올랐다. 2000년대 중반까지 세계 휴대폰 시장에서 부동의 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2007년 애플의 아이폰이 등장하면서 흔들리기 시작했고 급속한 쇠락의 길을 걸었다. 2012년 20억유로의 영업손실을 기록했고, 2008년 기준으로 기업가치의 90%를 잃어버렸다. 노키아는 그렇게 사라질 뻔했다. 그런데 반전이 일어났다. 대대적인 혁신으로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유·무선 케이블, 광케이블, 자립형 소프트웨어, 디지털 헬스케어 등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갖춘 세계적인 통신장비 기업으로 거듭났다.
<노키아의 변신>은 커다란 실패에도 다시 성공의 역사를 쓰고 있는 노키아의 전략과 경영비법을 담고 있다. 저자는 리스토 실라스마 노키아 회장이다. 2008년 노키아에 합류해 2012년 회장 자리에 올랐고, 이후 많은 변화를 이끌었다.
노키아는 실패의 근원인 휴대폰사업부를 2013년 마이크로소프트에 매각했다. 다음해 새로운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노키아와 지멘스 합작법인 노키아지멘스네트웍스(NSN)의 지멘스 지분 절반을 인수하면서 통신장비 회사로 탈바꿈하기 시작했다. 2015년엔 프랑스 알카텔루슨트를 인수하며 통신장비 시장의 판도를 바꿨다. NSN을 통해 무선통신 분야에 본격 진출한 데 이어 유·무선 통합 포트폴리오를 확보하기 위해 유선 통신장비 강자인 알카텔루슨트를 사들인 것이다.
이 과정을 진두지휘한 실라스마 회장은 기업 문화를 재정비하는 데도 힘을 쏟았다. 그는 ‘편집증적 낙관주의’를 직원들에게 강조했다. 편집증적 낙관주의는 긍정적·부정적 시나리오를 편집증에 가깝게 샅샅이 검토하고 그 뒤에 얻게 될 미래에 대해선 낙관하는 것을 의미한다. 상황별 가능성을 집요하게 따져보고 결정하며 이후엔 믿음을 갖고 적극 추진해야 한다는 뜻이다.
실라스마 회장은 이렇게 말한다. “오랜 역사를 가진 회사를 완전히 뜯어고치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전통에 갇히는 것을 거부하고 편집증적 낙관주의자가 돼 행운을 스스로 만들어가야 한다.” (김홍옥 옮김, 에코리브르, 470쪽, 2만3000원)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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