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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말 정진문 SBI저축은행 사장과 임원들이 회의실에 마주 앉았다. 나아갈 길은 명확했다. 시중은행들이 모든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풀뱅킹 앱(응용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있었고, 간편결제·송금 기능을 앞세운 핀테크(금융기술) 업체들은 회원 확보에 속도를 냈다. 2040세대를 새로운 고객으로 끌어들이기 위해선 이들과의 ‘모바일 경쟁’이 불가피했다. SBI저축은행이 지난 6월 내놓은 모바일 간편금융 앱 사이다뱅크는 이런 고심 가운데 탄생했다.
SBI저축은행은 사이다뱅크를 ‘SBI바빌론’ ‘SBI저축은행 스마트뱅킹’ 등 기존 앱의 성과와 별개로 원점에서 시작하기로 했다. 간편송금·결제와 모바일 여·수신 가입 등의 기능을 넣었다. 계좌이체와 현금입출금기(ATM) 등에 부과되는 각종 수수료도 없앴다. 그 결과 출시 6개월여 만에 앱 다운로드 수 30만 회, 회원고객 20만 명을 달성했다. 특히 ‘2030세대’를 끌어들이는 데 성공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저축은행의 예금 고객은 대부분이 50대 이상이기 때문이다.
개발 철학은 ‘철저한 사용자 중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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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다뱅크를 활용하면 계좌개설, 예금, 대출 등 모든 은행 업무를 휴일 없이 365일 24시간 이용할 수 있다. 금융사들은 앱을 만들 때 대출 신청이 24시간 가능하게 열어두고 있다. 그러나 입금·송금은 전산 점검을 위해 잠시라도 제한하는 곳이 많다.
별도 이체 없이 다른 은행 계좌에서 간편하게 충전(출금이체)할 수 있는 서비스도 금융 앱 중 최초로 넣었다. 현재 오픈뱅킹 도입으로 대다수 은행 앱에서 제공하는 기능이다. 아직 다른 저축은행 앱에는 이런 서비스가 없다.
SBI저축은행은 사이다뱅크 출시를 계기로 ‘페이백 체크카드’를 내놨다. 온라인 쇼핑과 오프라인 간편결제 등 모바일로 전환되는 결제 환경에 발맞추려는 취지다. 지금까지 저축은행들은 저축은행중앙회 체크카드를 공동으로 사용했다.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 페이코와 연동한 송금, 결제도 가능하다. 간편결제 서비스에 페이백 체크카드를 연결해 놓으면 결제금액의 2%를 돌려받을 수 있다. 현재까지 간편결제 핀테크 업체와 제휴한 결제 건수는 2만1000여 건, 거래금액은 100억원을 기록했다.
연 2.0% 이자 주는 파킹통장 ‘인기’
SBI사이다뱅크로 유입된 회원의 70%가량은 기존에 저축은행을 이용한 적이 없는 금융소비자다. 가장 큰 변화는 고객층이 젊어졌다는 점이다. 사이다뱅크 고객 중 20~40대가 94%에 달한다.
사이다뱅크는 6개월여 만에 4200억원가량의 비대면 예금을 모았다. 70%는 돈을 넣어놓기만 하면 이자를 주는 비대면 수시입출금통장 실적이다. ‘사이다 파킹통장’이 입소문을 타고 큰 인기를 모았다. 시중은행 입출금통장은 금리가 ‘제로’에 가깝다. 여러 실적조건을 충족해야 조금이라도 이자를 받을 수 있다. 사이다뱅크 ‘입출금통장’은 실적조건 없이 시중은행 정기예금 금리보다 높은 연 2.0% 이자를 매월 지급한다.
은행들은 수시입출금 통장 실적에 사활을 건다. 일반적인 채권발행 등에 비해 조달원가가 낮기 때문이다. 지난 3분기 말 신한·국민·우리·KEB하나의 저원가성 예금 비중은 전체의 38.2%였다. 저축은행의 11월 말 기준 저원가성 예금은 전체 예금의 2.3%에 불과했다.
모든 혜택은 소비자에게
정진문 사장은 사이다뱅크를 만들면서 “모든 혜택을 고객에게 돌려줘야 한다”는 원칙을 제시했다. 사이다뱅크를 활용하면 무제한 무료로 이체할 수 있다. ATM 수수료도 무료이고, 자동이체, 증명서 발급 등도 비용 없이 할 수 있다. 사이다뱅크에서 가입할 수 있는 예·적금 상품은 단리, 복리 여부를 따질 필요가 없다. 모두 소비자에게 유리한 복리식으로 구성했다. 예·적금의 최소 이자율은 연 2.0%다. 정기예금에는 만기 시 시중금리가 약정금리보다 1% 이상 올라갈 경우 오른 차액의 50%만큼의 이자를 더 지급하는 ‘금리보상제’도 하고 있다.
사이다뱅크는 은행과 비은행 앱 간 경계가 허물어지는 ‘오픈뱅킹’ 시대에 대비하고 있다. 공개되는 금융정보를 활용해 금융 소비자에게 꼭 필요한 서비스를 개발하고, 핀테크 업체와 제휴를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홍원기 부장은 “오픈뱅킹이 저축은행에도 도입되면 더욱 치열한 플랫폼 경쟁이 펼쳐질 것”이라며 “사이다뱅크를 통해 차별화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글=김대훈/그래픽= 전희성 기자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