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업계가 내년도 자동차보험과 실손의료보험의 보험료 인상을 예고했다. 보험사들은 높은 손해율로 인해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어서 금융소비자들에게 적지 않은 부담이 될 전망이다.
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내년 보험사들은 이른바 '국민 보험'으로 불리는 자동차보험과 실손의료보험의 보험료를 올릴 계획이다. 두 보험 모두 보험사가 거둬들이는 보험료보다 고객에게 지급하는 보험금이 많아 대표적인 적자 상품으로 꼽혀왔다.
먼저 국내 주요 손해보험사들은 자동차보험료 인상을 위한 사전작업에 돌입했다. 삼성화재·현대해상·KB손해보험은 보험개발원에 자동차보험료율 검증을 의뢰했다. DB손해보험·메리츠화재는 요율 검증 의뢰를 준비 중이다.
보험료율 검증이 법적 의무사항은 아니지만 통상적으로 보험사들은 보험료를 인상하기 전 보험개발원을 통해 인상 수준의 적정성을 검증받는다. 이러한 보험사들의 움직임을 비춰봤을 때 사실상 내년 초에는 자동차보험료가 인상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자동차보험료 인상폭을 5~10% 사이로 예상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가능한 높은 인상률을 적용하고 싶은 상황이지만 국민 여론 등을 감안하면 5% 수준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손보사들은 사상 최고 수준으로 치솟은 손해율을 근거로 자동차보험료 인상을 주장해왔다.
일반적으로 자동차보험의 적정 손해율은 77~80% 수준이다. 그러나 손해보험사 대부분의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이미 90%를 넘어섰다. 올해 10월 기준 삼성화재의 손해율은 97.6%, 현대해상 97%, DB·KB손해보험 98.5%, 메리츠화재 90.3%로 집계됐다.
올해 초 손보사들은 이미 두 차례에 걸쳐 보험료 인상을 단행했다. 하지만 실제 반영해야 하는 인상 요인에 비해 인상폭이 충분히 반영되지 못하면서 손해율은 잡히지 않고 있다.
기승도 보험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최근 자동차보험의 손해율이 워낙 좋지 않아 보험료를 인상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제도 개선을 통해 지급 보험금 누수를 막는 것도 손해율을 잡는 하나의 방법이지만 보험료 인상만큼 빠른 시간 내에 효과를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자동차보험에 이어 실손보험 또한 내년 보험료가 오르는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금융위원회와 보건복지부는 조만간 공·사보험 정책협의체 회의를 열고 내년 실손보험료 조정폭을 권고할 예정이다.
앞서 공·사보험 정책협의체는 올해 실손보험료 조정폭을 조정했다.
먼저 2017년 4월부터 판매된 신(新) 실손보험의 보험료는 8.6% 인하하고 2009년 9월 표준화 이후 판매된 실손보험의 보험료는 6~12% 인상, 2009년 9월 이전에 판매된 실손보험의 보험료는 8~12% 인상하라고 권고한 것이다. 건강보험 비급여의 급여화 등 이른바 '문재인 케어' 시행으로 실손보험료 인상률을 6% 포인트 끌어내릴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 결과를 반영한 것이었다.
하지만 당초 예상과 달리 실손보험 손해율은 치솟았고 적자 규모는 1조원을 돌파하는 등 문재인 케어 시행으로 인산 반사이익 효과는 눈에 띄지 않았다.
때문에 올해 결정될 내년도 실손보험료의 조정폭은 전년 대비 높아질 가능성이 커졌다. 실제로 실손보험은 의료 이용량 증가 등의 영향으로 올해 들어 9월까지 누적 위험 손해율이 130%를 넘어선 상황이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실손보험은 사실상 고객이 청구하는 대로 보험금을 지급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에 통제가 어렵다"며 "보험료 인상 외에도 개인별 보험금 지급 실적에 따라 보험료를 차등 적용하거나 진료 오·남용을 막기 위해 비급여 진료의 자기부담금을 확대하는 등 대책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차은지 한경닷컴 기자 chachac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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