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서애(西厓) 류성룡의 리더십과 정신을 연구하는 ‘서애학회’가 창립했다. 초대 학회장은 원로 사회학자인 송복 연세대 명예교수(82·사진)가 맡았다. 이진규 고려대 명예교수, 김왕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 서재진 전 통일연구원장 등이 회원으로 동참했다. 이날 송 교수가 ‘서애정신’을 주제로 연 강연회에는 200여 명이 몰렸다.
송 명예교수는 “류성룡은 임진왜란으로 패망의 위기에 처한 조선을 구해낸 명재상이자 정치·학문적으로 큰 영향을 미친 인물”이라며 “서애아카데미를 통해 대중 강연을 펼치는 등 류성룡의 학문과 사상을 후세에 잘 전달하는 게 학회의 목표”라고 설립 취지를 밝혔다.
송 교수는 2003년 연세대에서 정년 퇴임한 이후 류성룡에 대해 본격 연구하기 시작했다. 임진왜란의 위기 속에서 이순신을 천거한 뛰어난 안목과 시대를 읽어내는 통찰력으로 조선을 구한 류성룡의 리더십을 조명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우리 선조들의 리더십을 제대로 연구하지 못한 게 아쉬웠다”며 “한문에 익숙하지 않은 제자들이 주로 서구권 인물만 연구하는 분위기도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한문에 능숙했던 송 교수는 류성룡의 상소문 549건을 일일이 분석했다. 임진왜란 당시 수기를 엮은 ‘징비록(懲毖錄)’도 꼼꼼하게 살폈다. 징비는 ‘전에 있었던 잘못과 비리를 경계해 삼간다’는 의미다. 이런 노력 끝에 <위대한 만남 서애 류성룡>(2007년), <류성룡, 나라를 다시 만들 때가 되었나이다>(2014년) 등 류성룡 연구서를 펴냈다.
송 교수는 10여 명의 인문사회 분야 학자들과 학회 창립을 준비하면서 <서애 류성룡의 리더십>도 내놨다. 내년부터는 연구 논문을 공모해 학회지 ‘서애학논총’을 발간할 계획이다. 그는 “그동안 류성룡 연구는 자료를 발굴하고 해석하는 역사학자들을 통해 주로 이뤄졌다”며 “사회학, 정치학, 경영학 등 다각화된 접근이 이뤄질 때 류성룡이 대중에게 좀 더 편하게 다가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송 교수는 “명재상 류성룡의 시무(時務: 그 시대에 중요하게 다뤄야 할 과제) 리더십을 배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류성룡은 당파 싸움에 휘말리지 않고 끝까지 시무에 맞는 정책을 펼친 대가”라며 “오늘날 정치인들도 허상을 두고 책임공방에 매몰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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