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규(가명)씨는 올해 종합부동산세(종부세)를 포함한 보유세가 지난해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났다. 서울과 경기 고양 등에 자신 명의로 주택을 세 채 보유하고 있어서다. 주택 수를 줄이면 내년 세금이 크게 줄어들지만 김씨는 매각 대신 증여를 택했다. 부부증여만으로도 세금을 수백만원 아낄 수 있는 까닭이다.
◆‘2+1’식 명의분산정부의 주택 매각 압력에도 다주택자들이 ‘절세 탈출구’를 마련하고 있다. 종부세율과 공시가격, 공정시장가액비율 인상으로 세금 부담이 늘고 있지만 오히려 매각보단 증여를 고려하는 다주택자가 늘고 있다. 인별 과세인 종부세는 주택 명의가 분산되는 것만으로도 세금이 크게 줄어드는 까닭이다.
3주택자인 김씨는 올해 보유세로 2195만원을 냈다. 지난해엔 964만원을 냈지만 두 배 이상 늘었다. 김씨가 거주하는 마포의 신축 아파트와 투자용으로 매입한 개포동 재건축 아파트, 고양의 구축 아파트 공시가격이 크게 올라 합산 22억5000만원에 달하는 까닭이다. 내년 김씨의 세금 부담은 더욱 늘어난다. 공시가격이 집값 상승분만큼 오르는 추세인 데다 시세 반영률도 높아지는 중이다. 과세표준을 결정하는 공정시장가액비율은 내년 90%에서 2022년 100%까지 점진적으로 상향된다. 하지만 김씨는 세금을 줄이기 위해 당장 집을 팔기보단 아내에게 증여하는 방법을 택했다. 앞으로 집값이 더욱 오를 것이라고 봐서다.
김씨가 보유한 주택 세 채 중 한 채를 아내에게 넘길 경우 보유세는 크게 줄어든다. 종부세는 주택 숫자가 많고 가격이 높을수록 세율 또한 오르는 누진구조지만 부부이더라도 따로 세금을 매기는 인별과세인 까닭이다. 명의가 분산되더라도 최종 세액이 같은 재산세와 큰 차이가 있는 부분이다. 김씨가 혼자 세 채를 모두 소유했을 땐 종부세 공제금액이 6억원이지만 아내와 ‘2+1’ 형태로 나눌 경우 부부 합산 최대 12억원이 공제된다. 경우에 따라선 아예 종부세를 내지 내지 않는 주택도 나온다.
예컨대 올해 공시가격 3억5000만원짜리 고양 아파트 한 채를 과세기준일(6월1일) 이전 아내에게 증여했을 경우 김씨의 보유세는 1386만원으로 줄어든다. 3주택일 때 14억원이던 과세표준이 주택 수 감소에 따라 10억7800원으로 낮아지는 까닭이다. 과세표준에 따른 적용 최고세율도 종전 1.8%에서 1.3%로 내린다. 여기에 아내 명의 아파트는 공시가격 6억원을 넘지 않아 아예 종부세가 과세되지 않는다. 재산세 71만원이 보유세의 전부다. 결과적으로 김씨 부부의 보유세는 2195만원에서 1457만원으로 700만원 이상 줄어든다.
◆취득가액 높여 양도세도 절감증여의 장점은 또 있다. 부부 사이 증여는 10년 동안 증여가액 6억원까지 증여세를 물지 않는다. 취득가격을 높이는 효과도 있다. 예컨대 김씨가 3억원에 샀던 아파트를 아내에게 6억원에 증여한다면 5년 뒤엔 아내의 취득가격이 6억원이 된다. 취득가격이 오르는 만큼 양도차익이 줄어들어 향후 매각할 때 양도소득세를 아낄 수 있다.
다만 전세를 안고 있거나 대출을 낀 집을 증여할 땐 주의해야 한다. 채무까지 넘기는 부담부증여로 간주돼 양도세가 나오기 때문이다. 예컨대 김씨가 아내에게 증여한 집의 세입자 보증금이 5억원(시세의 83%)이라면 김씨의 취득가액을 2억7600만원(실제 취득가액의 83%)으로 보고 보증금과의 차액 2억2400만원에 대해 양도세를 매긴다. 나머지 1억원이 증여분이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세무팀장은 “조정대상지역 주택을 부담부증여하는 경우엔 양도세를 중과세율로 계산한다”며 “양도세 발생분과 종부세 절감분을 비교해 의사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설명했다.
증여로 명의를 분산하면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 단지를 소유한 다주택자의 보유세는 더욱 줄어들 수 있다. 철거가 진행되면서 멸실등기가 이뤄지면 주택이 아닌 걸로 보기 때문에 종부세도 부과되지 않는다. 김씨의 경우 내년 개포동 소재 재건축 대상 아파트가 멸실되면 거주 중인 마포 아파트 한 채에 대해서만 종부세를 낸다. 올해와 공시가격이 똑같다고 가정할 경우 김씨의 총 보유세는 300만원 남짓이 된다. 부부 합산 400만원가량으로 올해 대비 5분의 1 수준이다.
전형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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