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법인 간 의견 충돌이 급증하고 기업들은 어쩔 수 없이 재무제표를 다시 작성해야 하는 일이 더욱 빈번해질 것입니다. 기업과 투자자뿐 아니라 자본시장 전체에 큰 혼란이 올 수 있습니다.”(전홍준 신구대 교수)
회계개혁의 핵심인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로 감사인(회계법인)이 교체된 후 재무제표 재작성이 급증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기존 감사인들이 인정했던 기업들의 회계처리에 대해 새로운 감사인이 이견을 나타내며 재무제표 재작성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감사인 간 이견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전 교수는 2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한국회계학회가 주최하고 금융위원회 및 한국경제신문사가 후원한 회계개혁 관련 학술포럼 주제발표에서 “기업의 당기 감사인과 전기 감사인, 경영진, 감독당국 등 이해관계자 간 의견상충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감사보고서를 정정한 상장사는 최근 3년간 총 867곳에 달했다. 2016년 150곳, 2017년 327곳, 지난해 380곳 등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이들 중 감사인이 변경된 곳은 394곳으로 46%에 달했다. 감사인 변경이 재무제표 정정의 주요 원인이었다는 분석이다.
박재환 중앙대 교수는 “감사인 간 이견에 따른 재무제표 정정은 단순히 이해관계자 간 분쟁 여지를 넘어서 자본시장과 관련된 신뢰성의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코스닥 상장(IPO)을 추진하던 바이오기업인 에이프로젠이 좋은 예다. 에이프로젠은 상장예비심사 청구 단계에서 새로운 지정 감사인의 지적을 받아 재무제표를 정정했다가 감리를 받았다.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이후 ‘회계기준에 위배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최하위 징계인 주의 조치만 내렸지만 에이프로젠은 이미 IPO를 철회한 뒤였다.
기업들도 재무제표 정정에 대한 두려움이 크다며 대책 마련을 호소했다. 코스닥 상장사인 제이티의 고병욱 전무는 “전기 재무제표를 수정하라는 당기 감사인의 말을 듣지 않았다간 감사의견이 부정적으로 나올 것을 우려할 수밖에 없다”며 “당기 감사인 의견대로 재무제표를 정정한 뒤엔 감리에 따른 시장조치에 들어갈 위험성도 있어 여러 가지 두려움에 직면하게 된다”고 토로했다.
정석우 한국회계학회장(고려대 교수)은 “재무제표 재작성과 관련해 오류가 발견됐을 경우 강한 제재를 하게 된다면 악순환이 벌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하수정 기자 agatha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