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이 20대 국회에 ‘낙제’ 점수를 줬다. 경제 입법, 정부 견제, 사회 통합 등에서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이 같은 내용이 담긴 ‘20대 국회에 대한 기업인식과 향후과제’ 조사 결과를 1일 발표했다. 조사 대상은 국내 기업 300곳(대기업 100개, 중소기업 200개)이다. 4점 만점으로 평가한 결과 국회는 경제법안 입법 분야에서 평균 1.66점을 받았다. 사회통합 및 갈등해소는 1.56점, 대정부 감시·견제는 1.95점이었다. A학점을 만점으로 계산하면 모두 ‘D학점’으로 낙제 점수다.
기업은 경제 입법이 부진한 원인으로 ‘(국회가) 이해관계자를 의식하기 때문’(40.3%)이라는 답변을 가장 많이 했다. 이어 ‘정쟁 탓에 경제입법이 후순위로 밀림’(32.7%), ‘경제 활성화를 위한 입법마인드 부족’(20.3%) 등의 순이었다.
대한상의는 임기 만료로 법안이 폐기된 뒤 차기 국회에서 재발의되는 ‘입법 미루기’ 현상이 되풀이될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빅데이터 산업 활성화를 위한 ‘데이터 3법’이 지난 19대 국회 때 발의됐지만 20대 국회에서도 여전히 처리되지 않고 있는 게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제정안과 원격진료를 허용하는 의료법 개정안 등은 18대 국회 때부터 발의됐지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대한상의는 20대 국회에서 처음 발의된 법안도 입법 지연이 우려된다고 했다. 주 52시간제 보완(근로기준법), 최저임금 결정구조 개편(최저임금법), 클라우드컴퓨팅 규제 완화(클라우드컴퓨팅법), 핀테크산업 등 자본금요건 축소(보험업법 등), 일본 수출규제 대응(소재부품특별법 등) 등이다.
김현수 대한상의 기업정책팀장은 “법안 처리가 지연될수록 기업경영의 불확실성은 커지고 내년도 사업계획을 세우기 어려워진다”며 “20대 국회가 주요 경제현안에 대한 입법을 최우선으로 처리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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