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는 중국의 제조업 경기가 7개월 만에 위축 국면에서 벗어났다. 중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부양책을 편 데다 연말이 다가오면서 신규 주문이 늘어난 덕분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일시적인 현상일 뿐 근본적으로 경기가 호전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시각이 많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11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50.2로 집계됐다고 지난달 30일 발표했다. 이는 전달의 49.3은 물론 시장 예상치 49.5를 크게 웃돈 수치다.
이로써 중국의 제조업 PMI는 지난 4월 50.1을 기록한 후 7개월 만에 처음으로 경기 확장을 뜻하는 50을 넘어섰다. 제조업체 3000곳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토대로 산출하는 제조업 PMI는 50을 넘으면 경기 확장세, 밑돌면 경기 위축세를 의미한다.
미·중 무역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올 들어 중국의 제조업 PMI는 지속적으로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2월 49.2를 나타내며 3년 만의 최저로 떨어졌다가 3월 50을 넘어서며 잠시 회복하는 듯했다. 하지만 5월 49.4로 다시 위축 국면에 빠졌고 10월까지 6개월 연속 위축세가 이어졌다.
11월 PMI 중 생산 동향을 반영하는 생산지수는 전월보다 1.8포인트 오른 52.6을 나타냈고, 신규 주문지수도 전달 대비 1.7포인트 상승한 51.3으로 집계됐다. 업종별로는 식품과 의약, 자동차, 선박, 철도 등의 개선이 두드러졌다.
기업 규모별로는 대기업 PMI가 50.9로 전월보다 1.0포인트 상승했다. 중형기업 PMI도 전달 대비 0.5포인트 오른 49.5를 기록했고, 소기업 PMI 역시 1.5포인트 뛴 49.4로 조사됐다.
11월 제조업 PMI가 50을 넘은 것에 대해 전문가들은 큰 의미를 부여하긴 어렵다고 평가하고 있다. 중국의 경제성장률을 비롯해 산업생산, 소매판매, 고정자산투자, 공업이익 증가율 등 주요 경제 지표가 전반적으로 악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3분기 중국의 성장률은 6.0%로 27년6개월 만에 최저로 떨어진 데 이어 4분기 성장률은 5% 후반에 머물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10월 산업생산 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4.7%로 전달(5.8%)보다 1%포인트 이상 낮아졌다. 10월 소매판매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2% 늘어나는 데 그쳐 시장 예상치(7.8%)를 밑돌았다.
자오칭허 국가통계국 고급통계사는 “크리스마스 세일을 겨냥한 해외 주문이 크게 늘어난 것이 11월 PMI 상승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장리쥔 국무원 발전연구센터 연구원은 “PMI는 전월 대비로 산출되기 때문에 10월 국경절 연휴에 따른 기저효과가 11월 PMI를 끌어올린 측면이 있다”며 “경기 하방 압력이 여전한 만큼 이번 PMI 회복을 너무 큰 의미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로이터통신은 미국과 중국이 1단계 무역협상에 합의하지 않으면 중국 제조업 경기 회복은 일시적인 현상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서비스업과 건설업 등의 경기를 반영하는 비제조업 PMI도 11월 54.4로 집계돼 전달 수치(52.8)를 크게 웃돌았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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