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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트램이 안내합니다..."이번 역은 낭만역, 리스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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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본은 최근 들어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여행지로 급부상하고 있다. 옛 대항해 시대의 풍경을 고스란히 간직한 낭만적인 도시의 분위기는 파리나 런던, 프라하 등 유럽의 인기 여행지와는 또 다른 감성으로 다가온다. 에그타르트, 포트 와인 등 맛있는 먹거리도 포르투갈 여행의 또 다른 즐거움이다.

골목을 걸으면 파두가 귓전을 울리는 도시

포르투갈에 오래전부터 오고 싶었다. 한 권의 소설 때문이었다. 파스칼 메르시어의 <리스본행 야간열차>. ‘리스본’과 ‘야간열차’라는 이 세상에서 가장 낭만적인 단어 두 개가 합쳐져 만들어낸 제목을 가진 소설. 지금까지 지켜왔던 정돈된 삶을 내팽개치고 리스본으로 가는 열차를 탄 라틴어 교사 그레고리우스의 이야기를 담은 이 소설을 읽는 내내 포르투갈이라는 나라로 가고 싶어 마음이 들썩였다.

소설은 이렇다. 주인공 그레고리우스는 고전어에 평생을 바쳐온 고전문헌학자다. 다른 언어는 알려고 하지 않았던 사람, 57년의 인생을 한 치의 어긋남도 없이 살아왔던 사람, 비행기나 기차를 타고 낯선 곳으로 떠나는 여행을 몹시도 꺼렸던 사람, 모든 것이 옛날 모습 그대로 유지되기를 고집하며 질서 정연하게 살아왔던 사람이다. 어느 비 오는 날 아침 그레고리우스는 학교로 출근하던 중 다리에 뛰어내릴 듯 서 있는 한 여자를 만난다. 그는 그녀가 내뱉은 ‘포르투게스’라는 포르투갈어의 멜로디를 따라 헌책방을 찾게 되는데 이곳에서 아마데우 드 프라두가 쓴 <언어의 연금술사>라는 책을 손에 넣게 된다.


리스본을 찾은 그레고리우스는 이렇게 말한다. “오늘 오전부터 제 인생을 조금 다르게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새로운 삶이 어떤 모습일지 저도 모릅니다만, 미룰 생각은 조금도 없습니다. 저에게 주어진 시간은 흘러가버릴 것이고, 그러면 새로운 삶에서 남는 건 별로 없을 테니까요.”

포르투에서 출발한 기차는 보랏빛 석양을 지나 리스본에 도착했다. 그레고리우스가 문득 떠나온 도시. 노란색 트램이 좁은 골목 사이를 지나다니고 푸른색 아줄레주로 장식한 오래된 건물이 줄지어 늘어선 도시, 골목을 걷다 보면 아련한 파두가 귓전을 울리는 도시. 테주강(Tejo River) 하구에 자리한 리스본은 7개의 언덕으로 이뤄진 도시다. 포르투갈 사람들은 리스보아라고 부른다. 1775년 대지진으로 도시 절반이 파괴될 정도로 어마어마한 피해를 봤는데, 이후 대대적인 재건을 거쳐 지금의 도시가 탄생했다.

리스본에서 가장 오래된 상 조르즈 성

리스본은 ‘언덕의 도시’라고도 불린다. 도시 대부분이 경사진 언덕을 따라 만들어져 있다. 그리고 이 언덕길을 따라 난 골목 구석구석을 노란 트램이 돌아다닌다. 트램을 탄 여행자들이 가장 먼저 찾는 곳은 알파마 지구다.


리스본에서도 가장 높은 지역으로 대지진에도 무너지지 않았다. 그래서 아줄레주로 꾸민 집들이 가장 많이 남아 있는 곳이기도 하다. 타일 위에 색색의 유약으로 다양한 문양을 그려넣은 아줄레주는 ‘반질반질하게 닦인 돌’이란 뜻. 스페인 그라나다의 알람브라 궁전을 방문했던 마누엘 1세가 이슬람 문양의 타일 모양에 반해 자신의 궁전도 푸른 타일로 장식하면서 포르투갈에 번지기 시작했다.

알파마의 골목길을 걷다 보면 상 조르즈 성(St. George’s Castle)에 닿는다. 리스본에서 가장 오래된 성으로 11세기에 포르투갈을 점령한 아랍인이 세웠다. 한때는 리스본을 방어하는 천혜의 군사 요새였지만 지금은 리스본의 아름다운 풍경을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대 역할을 한다.

리스본 서쪽 테주 강변을 따라 자리한 벨렝 지구는 포르투갈 전성기의 흔적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제로니무스 수도원, 벨렝탑, 발견 기념탑 등이 줄지어 있다. 한 면의 길이가 300m에 이르는 제로니무스 수도원은 리스본 최고의 인기 관광지로 꼽힌다. 하지만 절반 이상은 내부 수리 등으로 공개되지 않고 있다. 제로니무스 수도원 앞 테주 강변에는 16세기 포르투갈 전성기에 희망봉을 돌아 인도 항로를 개척한 포르투갈의 항해자 바스쿠 다 가마가 세계 일주를 기념하기 위해 지은 벨렝탑이 있다. 벨렝탑에 올라서면 넓게 펼쳐진 테주강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다.

리스본 골목을 걷다 보면 어디선가 흘러나오는 아련한 노랫소리를 듣게 된다. 포르투갈의 민속음악인 파두(Fado)다. 라틴어 ‘Fatum(숙명)’에서 나온 말인데, 대항해 시대 선원들을 떠나보낸 뒤 남은 가족들의 눈물과 탄식을 표현한 노래다. 그만큼 애잔하고 서글프다. 파두 공연은 리스본 레스토랑이나 바 어디에서든 쉽게 감상할 수 있다.

에그타르트의 원조 포르투갈

포르투갈을 대표하는 음식은 에그타르트다. 홍콩 또는 마카오 여행을 가면 흔히 먹는 에그타르트의 원조는 사실 포르투갈이다. 리스본에는 에그타르트 가게가 셀 수 없이 많은데 원조 에그타르트 집은 단 한 곳뿐. 파스테이스 드 벨렝(Pastis de Belm)이다. 세계에서 에그타르트를 가장 먼저 만든 곳으로 1837년 시작해 현재 5대째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벨렝 빵집에 들어선 순간 벽면 타일에 적힌 ‘1837’이라는 숫자가 먼저 시선을 사로잡는다.


가게 앞은 언제나 여행객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사람들이 가게 안에서부터 밖까지 줄지어 서있는데 인파를 뚫고 판매대 쪽으로 가보면 에그타르트를 포장하는 직원들의 바쁜 손놀림이 보인다. 유리문 너머로는 주방이다. 반죽을 만드는 사람들, 반죽을 틀에 넣고 펴는 사람들, 반죽 안에 크림을 채우는 사람들, 오븐에 타르트를 넣는 사람들이 기계처럼 움직이고 있다. 이 모든 에그타르트를 공장장이 마지막으로 검열한다. 벨렝에서는 하루에 무려 2만~3만 개의 에그타르트가 팔린다고 한다.

벨렝 빵집에서 멀지 않은 제로니무스 수도원에서 처음 탄생한 이 에그타르트는 수녀들이 처음 만들었다고 한다. 달걀 흰자로 수녀복에 풀을 먹였던 수녀들이 쓰고 남은 달걀 노른자를 활용하기 위해 디저트를 만들게 된 것이 에그타르트의 시초다. 제로니무스 수도원에서 만든 이 에그타르트의 비법을 벨렝 빵집에서 전수받아 오늘날까지 이어지게 됐다는 이야기.

동그랗고 작은 에그타르트는 겉은 바짝 익어 그을려졌다 싶을 정도의 색을 띠고 있었다. 테이블에 비치된 설탕과 시나몬 가루를 곁들여 한 입 베어 무니 ‘파사삭’ 하고 빵이 부서졌다. 빵이 부서지자 속에서 아주 촉촉한 커스터드 크림이 쭉 뿜어져 나왔다. 얇은 페이스트리의 바삭한 식감과 실크처럼 부드러운 크림의 맛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풍성한 맛이었다. 달걀 노른자 하나로 근사하고 다채로운 맛을 낼 수 있다는 것이 무엇보다 놀라웠다.

브랜디 향과 견과류 향이 나는 포트 와인

에그타르트는 포르투갈과 홍콩에서 유명한데 본고장은 포르투갈이다. 그러나 두 나라의 에그타르트는 맛이 다르다. 먼저 홍콩의 에그타르트는 타르트 도우를 사용하기 때문에 ‘촉촉한 느낌의 쿠키’에 가까운 식감을 지닌다. 이에 비해 포르투갈의 에그타르트는 페이스트리 도우를 사용해 바삭한 식감이 특징이다. 마카오는 홍콩과 접해 있지만 과거에 포르투갈의 식민지였기 때문에 에그타르트 만드는 방법은 포르투갈의 방식을 따르고 있다.

에그타르트와 함께 포르투를 대표하는 게 포트 와인이다. 포르투갈 북부 도루강(Douro R.) 상류의 알토도루 지역에서 재배된 적포도와 청포도로 주로 제조된다. 포트 와인(Port Wine)이라는 명칭은 이 지역의 수출을 담당한 항구 이름이 ‘오포르토’인데서 유래했다. 1670년대부터 영국으로 선적돼 왔는데, 1800년대 들어와 오랜 수송기간 동안 와인의 변질을 막고자 선적자들이 브랜디를 첨가했으며 이것이 오늘날 주정강화 와인인 포트 와인이 됐다. 최근 다른 나라에서 ‘포트’라는 이름을 함부로 쓰지 못하도록 포르투갈산 포트 와인의 명칭을 포르토(Porto)로 바꿨다. 알코올 함량은 18~20% 정도고 브랜디의 향, 견과류의 고소한 향이 난다. 식후에 주로 먹는다.

바칼라우는 대구를 소금으로 절여 먹는 전통음식이자 포르투갈을 대표하는 요리다. 지역이나 제조법, 재료 등에 따라 다양하게 요리되는데, 그 종류가 365가지도 넘어 매일 다른 바칼라우를 맛볼 수 있다. 한국의 김치처럼 종류가 정말 다양하다.

리스본(포르투갈)=글·사진 최갑수 여행작가 ssoochoi@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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