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이 “지난 28일 서울 서초동 한전아트센터에서 연 정기 이사회에서 전기요금 개편안을 논의했다”고 공시했다. 내년으로 예상되는 전기요금 인상 움직임에 시동을 걸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전은 29일 자율공시를 통해 “28일 열린 이사회에서 전기요금 체계 개편 방향에 대해 논의했다”며 “향후 전기사용 실태 조사 및 외부기관 용역 결과를 감안해 계속 토의해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전기요금 개편안을 정식 의결 안건으로 상정하지는 않았지만 사내·사외이사들이 집중적으로 검토했다는 의미다.
다만 다음달 말로 예정된 차기 이사회에서 전기요금 개편안을 정식 안건으로 다룰지는 결정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한전은 이날 다른 설명자료에서 “전기사용 실태 조사 등을 완료한 뒤 요금 개편안을 마련할 예정이며 시기는 정해지지 않았다”고 했다.
2017년 정부가 탈원전을 선언한 뒤 최악의 경영난을 겪어온 한전은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김종갑 한전 사장(사진)은 “콩(원료)보다 두부(전기) 가격이 더 싼 건 정상적이지 않다”며 요금 인상을 시사해왔다.
공기업인 한전이 제공하는 각종 특례 할인도 없애겠다는 입장이다. 전력 저소비 가구를 대상으로 매달 4000원씩 일괄적으로 요금을 깎아주는 필수사용량 보장공제를 폐지하려는 게 단적인 예다. 연내 일몰되는 전기차 충전 할인과 전통시장 할인 등도 중단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하지만 한전의 전기요금 인상이 순조롭게 이뤄지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정부와 여당이 부담스러워하고 있어서다. 정부가 “2022년까지는 전기요금 인상이 없다”고 공언해온 점도 논란을 키울 수 있다.
정부 내에선 전기요금 인상과 관련해 “검토는 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분위기가 조금씩 생기고 있다. 한전 적자 및 부채가 쌓이면서 요금 인상 외엔 방법이 없다는 얘기가 나온다. 전기요금 인상을 본격적으로 검토할 시점은 내년 총선 이후가 될 전망이다.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도 28일 겨울철 석탄발전기 중 일부를 가동 정지한다는 계획을 발표하는 과정에서 전기요금 조정 가능성을 시사했다.
주영준 산업부 에너지자원실장은 “미세먼지 고농도 기간인 내년 3월이 지나면 추가 비용을 보고, 필요할 경우 전기요금 인상까지 검토하겠다”며 “요금을 어떤 형태로 현실화할지 한전과 계속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올겨울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 8~15기의 석탄발전소 가동을 정지하고 나머지 발전소에도 80% 수준의 출력 제한을 적용하기로 했다. 석탄발전의 공백은 액화천연가스(LNG)발전을 늘리는 방식으로 메우기로 했다. LNG를 활용하면 미세먼지는 줄일 수 있지만 그만큼 전력 생산비용이 높아져 한전 부담이 커진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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