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현대자동차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건축 허가 결정을 내리면서 승강기 업계가 들썩이고 있다. 국내 승강기 점유율 1~3위 업체 간 불꽃 튀는 수주 경쟁이 예상된다. 초고속 모델을 내세운 일본 승강기 업체들도 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 서울시, GBC 건축 허가 승인서울시는 지난 26일 강남구 삼성동에 국내 최고 높이(105층·559m)로 지어지는 현대차그룹 GBC 신사옥에 대한 건축을 허가했다. 현대차는 빠르면 내년 초 착공에 들어간다.
GBC 착공의 마지막 쟁점이던 현대차와 국방부 사이의 합의가 전격적으로 이뤄지면서 사업에 추진력을 얻게 됐다. 쾌재를 부른 건 현대차뿐만이 아니다. 지하 7층~지상 105층, 연면적 91만3955.78㎡, 용적률 783.72%로 계획된 만큼 승강기 업계의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GBC에는 업무시설, 숙박시설, 문화·집회시설(공연장, 집회장, 전시장), 관광휴게시설, 판매시설이 들어선다. 업계에서는 이에 따른 경제효과를 27년간 265조원에 고용창출 효과 121만명을 추산했다. GTX A노선과 C노선이 삼성역을 경유하는 만큼 GBC는 많은 인구를 흡수할 수 밖에 없다. 업계에서는 최소 120대 이상의 승강기가 GBC 내외부에 설치될 것으로 보고 있다.
◆ '승강기 빅3' 이미 프로젝트 가동본격적인 입찰이 시작되면 현대엘리베이터, 오티스, 티센프루프 등 국내 승강기 시장 점유율 '빅3'가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대부분 2~3년 전부터 GBC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었다.
가장 유력한 후보는 현대엘리베이터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점유율 43.3%로 국내 1위다. 외국계가 다수인 승강기 업계에서 국내 기업이라는 점은 큰 프리미엄이다. 설치뿐만 아니라 사후 관리까지 중요한 승강기 시장에서 경쟁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현대엘리베이터는 분속 600m급의 '디 엘(The El)'로 입찰에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이 제품은 지난 2014년 부산국제금융센터(63층·289m)에 설치된 바 있다. 다만 약점은 초고속 승강기 수주 이력이 부진하다는 점이다. GBC는 국내 최고 높이로 지어지는 만큼 입찰에서 속도가 중요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독일의 티센크루프도 분속 600m급 '트윈(TWIN)'으로 도전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제품은 하나의 승강로에서 두 대의 승강기가 각각 움직이는 제품으로 층간 이동이 많은 고층 건물의 운행 효율을 높이는 것이 장점이다. 티센크루프가 독일 외 국가에 트윈 기술을 전수한 것은 한국이 유일하다는 점도 입찰에서 작용할 수 있다.
트윈은 여의도 파크 원(333m) 빌딩에 82대가 설치가 확정됐다. 공사 규모는 역대 최대인 700억원이다. 티센크루프는 파크 원을 비롯한 국내외 수주 사례를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승강기 분야 글로벌 1위인 미국의 오티스는 '스카이 라이즈(SkyRise)'로 입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 제품은 잠실 롯데타워에 분속 600m급으로 설치돼 있다. 특히 위아래로 붙은 탑승 칸 두 개를 한 번에 움직이는 '더블 데크' 방식으로 설치된 것이 차별화됐다.
◆ 변수는 초고속 강점 가진 일본 업체들변수는 초고속으로 무장한 일본 승강기 업체들도 군침을 흘리고 있다는 점이다. 미쓰비시와 히타치가 지난해 말 국내 진출과 함께 GBC 수주 참여를 공식화했다. 도시바도 참여를 검토 중이어서 경쟁은 더욱 치열하다.
정경택 한국승강기대학교 교수는 "세계에서 제일 빠른 속도를 자랑하는 업체 1~3위가 다 일본"이라며 "제일 빠른 게 분속으로 1260m까지 나왔는데, 타이페이 101타워, 중국 상하이 파이낸셜 센터, 광저우의 마천루들이 거의 일본 제품을 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초고속 승강기는 세계적으로 일본이 장악하고 있다"며 "국내 업체들이 초고속을 한다고는 하지만 아직 일본에 비해 속도가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현대차 관계자는 "이제 겨우 첫 관문을 간신히 통과했을 뿐"이라며 "엘리베이터가 몇 대 지어질지 확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GBC 입찰은 브랜드 가치 제고, 홍보 효과 등 단순히 수주 금액 이상의 의미가 있어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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