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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 직원 다른 회사 못 다니게 하려고 로펌 찾는 '판교 스타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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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 직원 다른 회사 못 다니게 하려고 로펌 찾는 '판교 스타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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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을 대상으로 한 법률자문 트렌드가 기존의 인수·합병(M&A), 기업공개(IPO)를 넘어 ‘영업비밀보호 침해’와 ‘사업모델 적법성’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판교에 진출한 로펌들은 입을 모아 “스타트업들의 해당 의뢰건이 작년에 비해 적어도 50~60%는 늘었다”고 말한다.

지난 7월 특허법과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스타트업 업계는 영업비밀침해와 유출에 더욱 신경쓰고 있다. 또한 지난달 ‘타다’가 기소되는가 하면 지난 5일 서울지방고용노동청이 ‘요기요’ 배달대행기사를 근로자로 분류하면서 사업모델의 적법성을 자문하는 스타트업 역시 늘고 있다.

법무법인 태평양은 대형 로펌 가운데 처음으로 경기 판교에 분사무소를 냈다. 법무법인 세종은 지난해 판교에 진출해 3명의 상주 변호사를 두고 있다. 법무법인 한결은 규모는 작지만 국내 로펌 중 처음으로 판교를 개척해 사건을 수임해오고 있다.

아이디어가 생명인 스타트업, 인력 유출에 촉각 곤두세워

최근 한 정보기술(IT) 스타트업은 퇴사한 직원 A씨를 대상으로 전직 금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프로젝트 팀장이던 A씨가 경쟁사로 이직한 후 경쟁업체의 사업제안서와 용역제안서가 비슷해졌기 때문이다. 또 다른 스타트업은 직원이 회사를 옮기면서 외국에 서버가 있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기밀을 빼돌린 정황을 확인했다.

김희제 법무법인 한결 변호사는 “스타트업은 빅데이터나 인공지능(AI) 등 업계 트렌드에 맞춰 이직이 많은 편”이라며 “아이디어가 매출로 직결되는 만큼 영업비밀침해에 더욱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스타트업계에서 영업비밀침해 사건이 늘어난 배경엔 기업 내에서 작업한 기술이 회사 자산이라기 보다는 ‘나의 자산’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또한 스타트업계에선 제도적으로 인사 관리를 하기 보다 특정 개인에게 큰 권한을 부여하는 경우가 많다. 민인기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아무리 작은 업체라도 한 직원이 모든 걸 관리하게 할 것이 아니라 최소한의 감시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특허법과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법 개정안이 지난 7월 9일부터 시행되면서 특허와 영업비밀을 보호하는 규정이 대폭 강화됐다. 영업비밀성을 인정하는 요건이 ‘합리적인 노력에 의해 비밀이 유지되던 사안’에서 ‘비밀로 관리되는 사안’으로 바뀌는가 하면 형사처벌 수위도 강화됐다.

타인의 영업비밀을 고의로 침해하면 손해액의 3배까지 배상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시행되고 징역형은 기존 10년 이하(국내)에서 15년 이하로, 벌금형은 1억원 이하에서 15억원 이하로 상향됐다.

조중일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는 “영업비밀성 인정 요건에서 ‘합리적인 노력’이 빠진 건 기밀보호를 위해 전문 보안시스템을 갖추는 등의 여유가 없던 스타트업계에겐 희소식”이라면서도 “주요 문건엔 ‘기밀’이라는 표시를 남기고 접근 권한을 제한하는 등의 최소한의 노력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후 조치보다 사전 자문 중요한 사업모델 적법성

현재 구상 중인 사업모델이 법적 정당성을 갖췄는지, 현행법상 규제 대상은 아닌지를 의뢰하는 스타트업들도 늘었다. 2015년 우버코리아 지사장이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위반으로 불구속 입건된 ‘우버 사태’가 벌어지고 지난 10월 29일 이재웅 쏘카 대표가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위반으로 불구속 기소되면서 참신한 아이디어도 중요하지만 해당 비즈니스 모델이 적법한지 따져봐야 한다는 분위기다.

김희제 변호사는 “2014년 쯤 한결이 판교에 처음 진출했을 때만 해도 스타트업 의뢰인들에게 ‘사업모델 적법성 미리 검토받아야 한다’고 권하곤 했는데 요새는 먼저 알아서 물어본다”며 “적법하지 않은 모델은 빨리 소거해 주는 것이 변호사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민인기 변호사는 “사업 아주 초창기에 변호사를 만나서 비즈니스가 적법한가에 대한 자문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사업을 시작한 후 사후적으로 자문받을 게 아니라 현행법과 충돌할 여지가 있는 부분, 해당 사업 모델로 갔을 때 마주칠 수 있는 리스크 등을 사전에 미리 아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조중일 변호사는 “최근 모바일 플랫폼을 통해 사업을 구상하는 스타트업들이 크게 늘었다”며 “플랫폼을 깔면 계약관계가 불투명해지는 경우 많기 때문에 플랫폼 상 근로계약 부분에 대해 미리 자문을 구해 놓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사업모델 구상을 단계별로 나눠 해당 단계에서 어떤 보호 조치를 취해야 하는지 점차적인 자문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민인기 변호사는 “요즘 비즈니스 모델은 온·오프라인이 융합돼있기 때문에 얽혀 있는 법이 많다”며 “법률 자문의 중요성을 간과하지 않고 초기단계부터 현행법과 충돌하는 부분을 제거해 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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