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병규 4차산업혁명위원회 위원장이 “청와대 참모 중에 저의 쓴소리를 불편해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토로했다. 2년4개월 임기의 마지막 날인 지난 26일 ‘한·아세안 스타트업 서밋’ 행사장에서 한경 기자에게 털어놓은 소회다. “민간은 뛰고 있는데 정부의 속도는 그렇지 못하다”며 안타까움도 표시했다.
떠나는 장 위원장의 회한에는 ‘한국의 4차 산업혁명과 혁신성장이 표류 중’이라는 위기감이 고스란히 읽힌다. 4차산업혁명위원회는 문재인 대통령이 “혁신성장 청사진을 만들어내고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는 출발점”이라고 치켜세우며 힘을 실어준 대통령 직속기구다. 장관급이 여섯 명이나 참여하는 힘 있는 위원회이기도 하다. 그런데도 장 위원장이 무력감과 불만으로 임기를 마무리해야 하는 상황 자체가 현장 기업인들의 절박감이 그만큼 크다는 방증일 것이다.
장 위원장이 답답함을 토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달에는 “주 52시간 근로제는 두발 단속 같은 것” “이 정부는 반(反)기업도, 친(親)기업도 아닌 무(無)기업”이라고 했다. 그의 걱정대로 혁신성장의 현주소는 초라하다. 기업들의 빅데이터 활용률은 소득 2만달러 이상 31개국 가운데 21위(IMD)다. 대통령이 수차례 공언한 원격의료서비스가 무산됐고, 국내 상공을 날아다니는 드론 10대 중 9대는 외국산이다. 엊그제도 데이터 3법의 국회 상임위 통과 무산, ‘타다 금지법’ 여야 합의 등 4차 산업혁명에 역행하는 소식이 잇따랐다.
장 위원장은 “임기중 한 차례도 대통령과 독대하지 못했다”고 했다. 대통령 직속기구의 수장이 허심탄회하게 말할 기회조차 갖지 못한 것 역시 참모들의 잘못이다. ‘청와대 정부’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은 만큼 장 위원장의 토로와 충정을 그냥 넘겨서는 안 된다. 참모들에게 쓴소리를 냈지만, 결국은 대통령을 향한 메시지라는 사실도 청와대는 직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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