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막 걸음마를 뗀 5세대(5G) 이동통신 시장은 4세대 LTE(롱텀에볼루션)보다 서너 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무선통신장비업체 에이스테크놀로지의 홍익표 대표는 27일 인천 송도에 있는 본사에서 인터뷰를 하고 “2세대(2G) 이동통신 시대부터 기반을 닦아온 에이스테크놀로지가 안테나와 필터가 하나로 묶인 5G 시대에 통신장비업계의 절대강자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5G가 전 세계적으로 도입되고 본격적으로 상용화하면 현재 연간 60조원 규모인 세계 무선통신 기지국시장이 150조원가량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40년간 이동통신부품 ‘한우물’1980년 설립된 에이스테크놀로지는 카폰안테나 개발을 시작으로 약 40년 동안 무선통신장비를 개발 생산해왔다. 주력 사업은 무선통신 기지국용 안테나와 무선주파수(RF) 필터다. 기지국 안에는 안테나를 통해 무선신호를 주고받는 무선신호처리부(RU)가 있다. RU 안에 주파수 간섭을 없애주는 핵심 부품인 필터가 장착된다. LTE 장비의 경우 안테나는 전 세계의 기지국을 설치하는 통신사업자에 공급하고, 필터는 기지국을 만드는 네트워크장비업체에 공급하고 있다.
에이스테크놀로지는 안테나와 필터 분야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췄다. 안테나 분야에서는 가입자 3억4000만 명의 인도 1위 이동통신사 JIO와 가입자 3억 명의 에어텔이 에이스테크놀로지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 일본 소프트뱅크, 미국 AT&T를 비롯해 한국 통신 3사와 베트남 3개 통신사가 주요 고객이다. 한국과 베트남에서 시장 점유율은 각각 47%, 37%에 달한다. 올해는 싱가포르 최대 통신사인 싱텔, 인도네시아 스마트프렌, 터키 투르크셀, 태국 AIS, 일본의 제4 통신사업자로 선정된 라쿠텐 등의 신규 물량을 수주하면서 글로벌 시장을 확장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ABI리서치와 EJL와이어리스가 각각 내놓은 안테나 공급사 순위를 종합해보면 에이스테크놀로지는 중국 화웨이와 미국 콤스코프에 이어 세계 3위로 평가된다. 필터 분야에서는 기지국제조 글로벌 선두기업인 삼성전자와 에릭슨에 20년 이상 납품해온 실적을 갖고 있다.
“5G 개막…글로벌 3강 도약”5G 시대가 개막하면서 무선통신 장비시장은 에이스테크놀로지에 유리하게 흘러가고 있다. 5G에서는 이전에 비해 많은 데이터를 더 빠르게 주고받기 위해 대용량 다중입출력(Massive MIMO)이 도입됐다. 소형화된 5G 중계기에는 안테나와 RU가 붙게 됐고, 그 결과 안테나와 필터가 일체형이 됐다.
홍 대표는 “안테나와 필터를 결합해 이를 튜닝하고 성능시험을 통과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며 “안테나와 필터를 모두 잘 만드는 회사는 우리가 유일하다”고 강조했다. 5G 주파수의 도달거리가 LTE보다 짧아 기지국을 더 촘촘히 설치해야 하는 것도 부품업체인 에이스테크놀로지엔 기회다.
시장조사업체 델오로그룹의 지난 1분기 조사 결과에 따르면 5G 안테나와 필터가 결합한 부품(대용량 다중입출력)의 시장점유율은 삼성전자가 37%, 에릭슨이 27%로 나타났다. 홍 대표는 “두 회사에 공급하는 우리 제품의 비중을 감안하면 우리의 세계 점유율은 35.7%로 추산된다”고 말했다. 5G 시대가 개막하면서 에이스테크놀로지가 전체 대용량 다중입출력 부품의 3분의 1 이상을 공급하고 있다는 얘기다. 지난해 3773억원이었던 매출은 올해 4300억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회사는 예상하고 있다. 영업이익은 올해 3분기까지 180억원을 기록하며 지난해 연간 실적(132억원)을 넘어섰다.
5G는 이제 세계 각국으로 확산되기 시작하고 있다. 홍 대표는 “인도를 비롯해 5G 주파수 경매가 완료된 국가가 많다”며 “수조원을 들여 주파수를 사들인 주요국 통신사들이 5G를 곧 시작할 것”으로 내다봤다.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스리랑카 등도 5G 주파수 경매 전 파일럿 시험을 마치고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에이스테크놀로지는 늘어나는 수요에 맞춰 베트남 하남에 있는 생산공장을 증설하고 있다. 내년 2월 신설 공장이 완공되면 안테나와 필터의 생산능력이 현재 한 달에 2만 대에서 증설 후 5만 대로 늘어날 전망이다. 홍 대표는 “5G 시대에 세계 3강 체제를 견고히 하고 기술 제조 사업 분야에서 혁신을 지속하겠다”며 “3년 안에 매출 1조원을 달성해 글로벌 1등을 이뤄내는 게 목표”라고 강조했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