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동 교대역 인근에 있는 3000타워(사진)를 매입해 ‘임대 살이’를 청산하려던 대한변호사협회의 계획이 무산됐다. 건물 매입에 앞서 감정평가를 해야 하는지 등을 둘러싸고 변협 내부에서 의견다툼이 일어나는 사이 해당 건물이 다른 곳에 팔려버려서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변협은 올 7월께부터 3000타워 매입을 추진했다. 현재 변협은 역삼동 강남역 인근 삼원빌딩에 임차로 입주해 있다. 그동안 법조삼륜의 한 축인 변협의 위상 등을 고려할 때 ‘자기건물’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돼왔다. 2022년 삼원빌딩 임대계약이 만료되는 데다 변협 회원 대다수가 서초동에 근무하는 점 등을 따져 현 집행부는 3000타워를 매입하려 했다.
변협은 지난 9월 상임이사회에서 건물 매입을 결의했다. 이후 지난달 임시총회를 열어 3000타워 매입 여부를 최종 결정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변협 내부에서 반대 목소리가 나왔다. 감정평가를 하지 않은 점과 회원 의견 수렴이 부족했다는 점 등 절차를 지적하는 얘기가 나왔다.
한 변호사는 “집행부가 좋은 매물이라는 이유로 매입을 서두르는 듯한 느낌이 있었다”며 “특히 850억~900억원 상당의 건물을 사는데 감정평가를 받지 않겠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변호사는 “일부 젊은 변호사 사이에선 건물 매입이 꼭 필요하냐는 의문도 있었다”며 “개인적으론 건물 매입에 찬성하고 3000타워도 마음에 들었지만 향후 책임소재를 명확히 가리기 위해서라도 감정평가 시행 등은 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문제 제기 등으로 지난달 임시총회 자체가 열리지 않았으며, 그러는 사이 3000타워를 사겠다는 다른 매수자가 나타났다.
이찬희 변협 회장은 “통상 감정평가는 실거래액보다 낮게 나와 건물 매매 과정에서 감정평가를 받는 경우가 많지 않다”며 “위치, 가격 등을 따졌을 때 좋은 건물인 데다 집행부가 직접 발품을 팔아 해당 건물을 찾아내 수억원 상당의 부동산 중개료도 아낄 수 있었는데 아쉽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임시총회를 통해 3000타워 이전 문제를 논의라도 하길 희망했는데 총회 소집 자체가 무산된 건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3000타워 매입 계획은 무산됐지만 변협은 ‘변협만의 건물’ 필요성은 충분하다고 보고 서초동 인근에 매입할 만한 건물을 새로 물색한다는 방침이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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