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벌이(세수)는 시원치 않은데 씀씀이(세출)만 키우면서 나라 곳간에 구멍이 뚫리고 있다. “세수 호황이 끝났는데도 정부가 지출을 줄이지 않으면 미래 세대는 엄청난 빚더미를 짊어지게 될 것”(이인실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이란 우려가 나온다.
기획재정부가 최근 발표한 월간 재정동향의 포인트는 ‘줄어드는 수입, 늘어나는 지출’로 요약된다. 올해 1~9월 국세 수입은 228조1000억원으로 1년 전에 비해 5조6000억원 줄어든 반면 총지출(386조원)은 40조9000억원이나 늘었다. 1~9월 기준으로 국세 수입이 줄어든 건 2013년(-2.9%) 이후 처음이다.
국세를 구성하는 소득세 법인세 부가세 교통세 관세 중 법인세를 제외한 모든 세목이 쪼그라들었다. 가장 규모가 큰 소득세는 60조7000억원으로 지난해보다 2조4000억원 덜 걷혔다. 소득세수가 줄어든 데는 정부가 올해 근로장려금과 자녀장려금 지급 규모를 크게 늘린 게 한몫했다. 두 장려금은 국가가 세금을 돌려주는 형태로 저소득층에 복지 혜택을 주는 제도다. 장려금 규모가 지난해 1조8000억원에서 올해 5조원으로 확대되면서 그만큼 소득세수가 줄었다.
법인세 증가폭도 정부 예상을 밑돌았다. 미·중 무역전쟁과 반도체 업황 악화, 내수 위축 등으로 기업 실적이 꺾인 탓이다. 법인세는 지난해보다 6000억원 늘어난 65조8000억원이 걷히는 데 그쳤다.
그런데도 정부는 계속 씀씀이를 늘리고 있다. 9월 총 지출은 37조1000억원으로 1년 전에 비해 3조원 증가했다. 올 1~9월 누적 총 지출도 386조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0조9000억원 확대됐다. 재정적자 확대는 당연한 결과다. 총 수입에서 총 지출을 뺀 통합재정수지는 올 1~9월 26조5000억원의 적자를 냈다. 1999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최대 규모다. 세금이 잘 걷힌 작년에는 1~9월에만 14조원 흑자를 냈었다. 9월 기준 중앙정부 채무는 694조9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올해 700조원을 넘어설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성수영 한국경제신문 기자 s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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