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그룹이 1991년 하나은행 시절부터 29년간 사용해온 ‘손님의 기쁨, 그 하나를 위하여’라는 경영 슬로건을 바꾼다. 새 경영 슬로건은 ‘모두의 기쁨, 그 하나를 위하여’가 유력하다. 고객뿐만 아니라 직원, 주주 등 이해관계자 모두의 만족도를 높이는 금융회사가 되겠다는 취지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금융은 내년 경영 키워드를 ‘행복 경영’으로 정했다. 수익을 많이 내거나 디지털, 글로벌 등 특정 사업 분야를 키우자는 식의 통상적인 경영 키워드와 차별화했다.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사업을 해야 성장을 지속할 수 있다”는 게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사진)의 생각이다.
경영 슬로건이 겨냥하는 대상을 ‘손님’에서 ‘모두’로 바꾸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김 회장은 지난 15일 임원 워크숍에서 이 같은 개편 방안을 공유했다. 은행 차원에서 써오던 이 슬로건은 2005년 하나금융이 설립된 뒤 모든 계열사에서 활용했다. 슬로건 개편은 내년 초 이뤄질 전망이다.
하나금융은 기존보다 더욱 넓은 차원에서 고객, 직원, 주주 등 모두가 만족하는 상품과 서비스를 내놓겠다는 계획이다. 지성규 KEB하나은행장도 최근 직원들에게 “모두가 행복할 수 없는 상품은 애초에 만들어선 안 된다”며 “누군가에게 더 행복을 주는 은행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조치엔 올해 파생결합증권(DLS) 손실 사태의 영향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경영 슬로건은 브랜드 및 영업 전략과 직결된다”며 “내년을 기점으로 사업 전반에 많은 변화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각 계열사 영업점을 비롯한 옥외광고와 상품 안내장, 홈페이지, 모바일 앱(응용프로그램) 등 곳곳에 써놓은 슬로건도 순차적으로 바꿀 예정이다.
KEB하나은행은 최근 전국 주요 점포 및 본부 부서 직원 800여 명을 ‘행복경영 파트너’로 선정했다. 각 조직 환경에서 직원들이 ‘어떻게 하면 더욱 행복하게 일할 수 있는지’를 연구하고 제안하는 게 주요 역할이다. 지 행장은 분기에 한 번씩 이들을 만나 조직문화 개선 방안 등을 논의할 계획이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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