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19일 “역대 정부와 달리 부동산을 경기부양에 활용할 생각이 없기 때문에 현재 방식으로 부동산 가격이 잡히지 않으면 더 강력한 수단을 강구해서라도 잡겠다”고 밝혔다. 여당 일각에서 불을 지핀 모병제를 두고는 “아직은 우리 현실에서 실시할 만한 형편이 되지 않고 중장기적으로 설계해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선을 그었다.
문 대통령은 이날 MBC 생방송 ‘국민이 묻는다, 2019 국민과의 대화’ 프로그램에 출연해 “역대 정부가 부동산 가격을 잡지 못한 이유는 부동산을 경기부양에 활용했기 때문”이라며 “정부에서는 성장률에 어려움을 겪더라도 부동산을 경기부양 수단으로 활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어 “그런 면에서 부동산 문제는 정부에서 잡을 자신이 있다”고 장담했다.
문 대통령은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 근로제 확대에 대한 중소상인들의 우려에 “우리 사회가 가야 할 방향이지만 소상공인과 영세업자의 부담을 낮출 수 있는 여러 조치를 병행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러면서 “탄력근로제 확대 등 관련 법안을 이번 정기국회에서 처리해줬으면 한다”며 “만약 안 되면 다른 방법으로 소상공인의 어려움과 충격을 완화해나가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조국 법무부 장관 사퇴 등 인사 문제에 대해서는 “참으로 곤혹스럽다”고 재차 유감을 나타냈다. 이어 “특히 조 전 장관 문제는 장관 임명 취지와 상관없이 결과적으로 국민에게 갈등을 주고 분열하게 한 점에서 다시 한 번 사과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오는 23일 0시에 종료되는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을 두고는 “마지막 순간까지 종료 사태를 피할 수 있는 노력을 해나가겠다”면서도 “지소미아가 종료되더라도 일본과 안보상의 협력을 해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20대 기대에 부응 못한 점 인정"
문재인 대통령은 임기 반환점을 맞이한 것을 계기로 19일 서울 상암동 MBC에서 열린 ‘2019 국민과의 대화’ 프로그램에 출연해 경제 현안부터 외교안보, 노동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약 2시간 동안 국민 패널의 즉석질문에 답했다. 문 대통령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여권에서 제기되고 있는 모병제 도입에는 “우리 현실에서 실시할 만한 형편이 되지 않는다”며 “중장기적으로 설계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문 대통령은 “정부는 부동산을 경기부양 수단으로 활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집값 불안과 관련, “부동산 문제(집값 안정)와 관련해서 우리 정부는 자신 있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역대 정부는 경기부양을 위해 건설경기를 살리는 경우가 많았다. 사실 부동산만큼 경기부양 효과가 좋고 경제성장률 올리기에 좋은 게 없다”며 “하지만 정부는 성장률이 어려움을 겪더라도 부동산을 경기부양 수단으로 삼지 않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현재 부동산시장은 전국적으로 봤을 때 안정적이라고 판단했다. 문 대통령은 “과거에는 ‘미친 전월세’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불안정했다”며 “현재는 아주 안정돼 있다”고 했다. 이어 “서울의 고가주택, 고가 아파트를 중심으로 부동산 가격이 다시 상승하고 있다”며 “이에 대해선 정부가 강도 높게 합동조사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집값 안정을 위해 필요하다면 더 강한 규제를 내놓을 수 있다고도 밝혔다.
이날 한 패널은 “전국적으로는 집값이 안정적일지 몰라도 서울 집값은 내집 마련이 힘들 정도로 상승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문 대통령은 “신혼부부, 청년들을 위한 주택 공급 대책과 수도권 30만 가구 공급을 차질없이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보유세를 높이고 양도세를 낮춰 다주택자들이 갖고 있는 집을 매도할 수 있게 해달라’는 패널의 요청에는 “잘 참고하겠다”고 답했다. 아울러 “1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4인용 아파트가 필요하지 않게 돼 청년 맞춤형 주거가 필요하다”며 “(관련 정책이) 본격화하면 청년 주거 문제도 빠르게 해결되는 걸 체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이 “양도세는 1가구 1주택의 경우 면세가 되기 때문에 실소유자의 주택 취득에 방해가 될 것 같지는 않다”고 한 부분은 논란거리다. 1가구 1주택자에게 주는 면세 혜택 기준을 현 정부 들어서 오히려 까다롭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기존에는 양도일 현재 기준으로 1주택자이고, 주택 보유기간이 2년 이상이면 양도세 면제였다. 하지만 기획재정부는 이 기준을 ‘다주택을 보유한 기간을 제외하고 최종적으로 1주택을 보유하게 된 날로부터 2년 이상 된 주택’으로 바꿔 2021년부터 적용하기로 했다.
문 대통령은 이와 함께 실수요자의 ‘내집 마련’을 위한 대책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투기과열지구, 조정대상지역 등 규제 지역에 적용되는 대출 규제를 일부 완화하는 등 여러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것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조정대상지역의 담보인정비율(LTV)은 60%, 총부채상환비율(DTI)은 50%로 제한된다. 투기과열지구에선 LTV와 DTI가 모두 40%다. 집을 살 때 대출받을 수 있는 금액이 비규제지역보다 적다. 문 대통령은 “부동산 규제 지역은 대출 규제를 많이 하는데 실수요자가 대출을 받는 게 힘들어져 말이 많은 것 같다”며 “그런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실수요자의 주택 구입에 어려움이 없도록 관련 내용을 검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최근 난항을 겪고 있는 제주 2공항 건립과 관련해 “지역에서 찬반이 엇갈리고 정부가 직접 개입하기 힘들어 주민 결정에 맡겼다”며 “정부는 주민이 어떤 선택을 하든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김형호/최진석/이태훈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