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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티로더 매료시킨 'K뷰티 괴짜' 이진욱…'기업가치 2조' 닥터자르트 신화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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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뷰티기업 에스티로더가 닥터자르트를 운영하는 해브앤비 지분 전체를 인수하기로 했다. 이진욱 해브앤비 대표는 1조원 넘는 가격에 보유 지분(66.7%)을 매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로레알이 인수한 스타일난다(3CE), 유니레버에 팔린 AHC(카버코리아)에 이은 세 번째 K뷰티 성공스토리다.

이 대표는 더마코스메틱(치료용 화장품) 시장을 개척한 선구자로 평가받는다. 2000년대 중반 아무도 관심없던 화장품 성분을 강조하며 성장의 토대를 쌓았다. 비비크림을 미국에 알리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이후 시카페어 등 내놓는 제품마다 메시지를 담았다. 스토리텔링은 그의 또 다른 성공 비결이다. 글로벌 시장을 향한 끊임없는 도전은 해브앤비를 세계적 뷰티 강소기업으로 자리잡게 한 원동력이 됐다.


에스티로더, 닥터자르트 인수

이 대표는 화장품업계에서 ‘괴짜’로 통한다. 건축학과 졸업생이 화장품 회사를 차린 것부터가 그랬다. 여드름 치료를 위해 병원에서 발라주던 비비크림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2004년 창업했다. 이듬해 첫 제품인 비비크림을 출시했다. 이전에는 없던 시장이었다. 지금은 성분을 제대로 알리는 것이 필수가 됐지만 그때만 해도 화장품 성분을 말하는 중소기업은 없었다. 이 대표는 미국 시장에 초기 K뷰티를 대표하는 화장품으로 비비크림을 알렸다.

이어 또 다른 시장으로 눈길을 돌렸다. 2년 넘게 걸려 개발한 세라마이딘 크림이다. 보습에 좋은 세라마이드 성분의 특징을 강조하기 위해 연고처럼 생긴 튜브 안에 화장품을 담았다. 용기 자체가 스토리텔링이었다. 세 번째 히트상품인 시카페어도 밀림의 호랑이들이 격렬하게 싸운 뒤 병풀 이파리에 몸을 비벼 상처를 치유한다는 스토리를 내세워 마케팅했다. 펩타이딘을 내놓을 때는 미세먼지, 스트레스에 지친 현대인에게 활력과 에너지를 주겠다는 메시지를 앞세웠다.

“난 남들이 안하는 것 한다”

그의 사무실에는 다양한 미술작품과 소품이 어지럽게 널려 있다. 그는 “새로운 생각을 하기 위해 영감을 줄 수 있는 것을 해외에서 사 모은다”고 했다. 자유로운 분위기가 남들이 하지 못하는 발상에 도움이 된다는 얘기였다. 마케팅도 남다르다.

대표적 예가 ‘펭집사’ 이벤트였다. 이 대표는 브랜드의 심벌이자 세라마이딘 크림의 보습력을 상징하는 노랑 펭귄을 100개의 조형물로 제작해 지난봄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 플래그십스토어에 전시했다. 전시가 끝난 뒤 폐기 처분한 게 아니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신청을 받아 100명의 펭귄 집사(펭집사)를 모집했다. 수천 명이 응모했다. 펭귄이 무거워 직원들이 일일이 집까지 배달했다. 감동한 펭집사들은 자발적으로 펭귄을 수시로 SNS에 올리는 등 마케터 역할을 했다.

해브앤비의 회의도 특이하다. 한마디로 ‘아무 말 대잔치’다. “요즘 어딜 가봤는데 뭐가 맛있더라” “어디가 인스타그램에서 인기더라” “요즘 무슨 만화 캐릭터에 빠져 산다” 등 주제에 제한이 없다. 그렇게 브레인스토밍을 거치다가 튀어나온 얘기가 곧장 마케팅 전략에 녹아들기도 한다. 이 대표는 “젊은 직원들의 색다르고 재기발랄한 생각을 반영해야 젊은 소비자를 사로잡을 수 있다”고 했다.

이 대표를 설명하는 또 다른 키워드는 글로벌 시장 진출에 대한 의지다. 지난 4월 만난 그는 “닥터자르트를 세계 모든 사람에게 감동을 주는 글로벌 브랜드로 키우겠다”고 말했다. 결국 그는 닥터자르트를 세계 3위 뷰티업체 에스티로더에 매각함으로써 글로벌화 1단계를 마무리했다. 이 대표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CD)로 회사에 남아 제품 개발에 집중할 계획이다.

글로벌 빅3 뷰티기업, K뷰티 품었다

에스티로더의 닥터자르트 인수로 글로벌 1~3위 회사가 모두 한국 기업을 갖게 됐다. 2017년엔 유니레버가 AHC를 보유한 카버코리아를 3조원대에 인수했다. 지난해엔 로레알이 패션 브랜드 스타일난다와 함께 화장품 3CE를 사들였다. 이들은 중국 시장 진출 과정에서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통 크게 베팅하고 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에스티로더는 더마코스메틱 부문을 강화하기 위해 닥터자르트를 인수했다. 에스티로더의 지난해 글로벌 색조화장품 시장 점유율은 11.1%로 세계 2위였지만 스킨케어 시장 점유율은 4.6%에 그쳤다.

앞서 유니레버는 아이크림으로 중국에서 ‘대박’을 낸 AHC가 필요했다. 젊은 층이 선호하는 색조화장품 부문이 약했던 로레알은 중국의 밀레니얼 세대를 잡기 위해 3CE를 품었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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