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800원짜리 맨투맨 티셔츠. 여성 의류 쇼핑몰 소녀나라에서 가장 잘 팔리는 제품이다. 여기서 파는 옷은 비싸도 2만원 안팎. 소녀나라는 이런 ‘동대문표’ 옷으로 연 매출 350억원에 달하는 쇼핑몰로 성장했다. 비결은 단순하다. 중·고등학교 여학생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를 내놓고, 빠르고 깔끔하게 옷을 배송하는 것. 소녀나라는 최근 휠라, 챔피온 등 유명 인기 브랜드 상품도 공식 입점시켰다. 일본 대만 등 해외 시장 진출에도 속도를 더하고 있다.
10대 소녀 겨냥한 ‘놀이’ 콘텐츠
소녀나라는 2008년 문을 열었다. 당시 10대 전용 쇼핑몰은 틈새시장이었다. 정호현 대표는 소녀나라를 열기 전 해외 직구(직접구매)로 운동화 등을 판매하며 10대 시장의 가능성을 봤다. 옷과 가발, 화장품, 신발, 잡화까지 10대 여학생이 좋아할 만한 아이템을 모아 팔기로 했다.
우선 10대 소비자가 흥미를 느낄 읽을거리를 마련했다. ‘교복에 패딩 스타일링하는 법’ ‘청바지 예쁘게 접는 법’ 등 중·고등학교 여학생이 관심을 가질 만한 패션 관련 정보 공유 페이지를 쇼핑몰 안에 열었다. 이벤트도 했다. 매일 쇼핑몰에 출석체크하면 추첨을 통해 1만~5만원짜리 쇼핑 할인권을 줬다. 소녀나라에서 산 옷을 입고 사진을 올리면 ‘베스트 코디’를 선정하는 행사도 열었다. 소소한 콘텐츠에 10대들은 반응했다.
쇼핑몰 플랫폼도 다른 온라인몰과는 달랐다. 개인이 운영하는 온라인 쇼핑몰은 대개 카페24 같은 전자상거래 플랫폼을 사용한다. 쇼핑몰 관리는 쉽지만 정해진 포맷에서 벗어날 수 없다. 소녀나라는 이들과 달리 독자적인 쇼핑몰을 구축했다.
또 소비자 입맛에 맞는 이벤트를 기획하기 위해 개발자를 따로 고용하며 콘텐츠를 강화했다. 예를 들면 ‘포켓몬 고’ 게임이 유행할 때 쇼핑몰 내 피팅모델 얼굴을 포켓몬 캐릭터처럼 모으는 행사 등을 했다. 독자 몰로 시작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회사 관계자는 “쇼핑몰에 놀러 왔다가 옷을 사는 소비자가 많다”고 설명했다.
물류·배송이 관건…외부 브랜드도 유치
소녀나라는 단순히 재미만으론 오래갈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온라인 쇼핑몰의 본질은 가성비 좋은 상품을 팔고, 빠르게 배송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물류에 투자했다.
2015년 도입한 자동화 시스템이 대표적이다. 전체 판매량의 80%가량이 자동화 과정을 통해 처리된다. 업계 최고 수준이다. 주문 내역을 보고 직원이 옷을 찾아서 레일에 걸면, 기계가 알아서 옷걸이에 걸고 다림질한다. 세탁소에서 방금 찾아온 옷처럼 비닐도 씌워준다. 박스 밀봉까지 모두 기계가 처리한다. 국내에 한 대밖에 없는 이 기계는 소녀나라가 10억원 이상 투자해 직접 주문, 제작했다. 남는 일손은 실밥 확인 등 의류 검품 과정에 투입했다.
배송 시스템도 바꿨다. 업계 최초로 도입한 ‘번개배송’이다. 오후 9시까지 주문하면 다음날 옷을 받아볼 수 있다. 이를 위해 서울 구로에 자체 물류센터를 세웠다. 물류센터에 상품을 직매입해 보관하기 때문에 배송 단계를 줄일 수 있었다.
동대문표 옷뿐 아니라 휠라, 챔피온 등 유명 패션 브랜드 의류도 쇼핑몰에 입점시켰다. 지난해 8월부터 휠라 옷을 선보인 게 시작이다. 그러면서도 소녀나라의 정체성을 잃지 않도록 브랜드 모델이 아니라 소녀나라 자체 피팅모델에게 브랜드 옷을 입혀서 상품을 올렸다. 소녀나라 피팅모델이 휠라 옷을 입은 사진을 찍어 올린다. 내년까지 널디 등 10대 사이에서 인기가 높은 패션 브랜드 50여 개를 추가할 계획이다.
안효주 기자 j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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