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40여년간 유엔 등 국제사회가 위법으로 간주한 팔레스타인 이스라엘 정착촌을 더이상 불법으로 여기지 않겠다고 입장을 바꿨다.
미국 CNN에 따르면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이스라엘 민간 정착촌이 국제법을 위배하지 않는다는 데에 동의한다”며 “여러 측면을 고려한 법적 논쟁 결과 1978년 미 국무부가 내린 판단을 더이상 따르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번 미국의 입장 변화는 41년 만이다. 1978년 지미 카터 행정부 시절 미 국무부는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영토에 정착촌을 꾸리는 일이 국제법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법률적 의견을 발표했다.
요르단강 일대 서안지구는 팔레스타인 자치지역이지만 1976년 제3차 중동전쟁에서 승리한 이스라엘군이 주둔하고 있다. 이스라엘군의 보호 아래 이스라엘 주민 50만 여명이 정착촌을 만들어 살고 있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는 정착촌을 불법으로 보고 있다. 유엔 등 국제사회 대부분도 이스라엘의 서안지구 점령을 불법으로 간주하고 있다.
미국의 이번 발표는 이스라엘 행정부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것이란 평이다. AFP통신은 “미국이 최근 연립정부 구성에 실패한 뒤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분투 중인 베냐민 네탸냐후 이스라엘 총리에게 지지력을 준 것”이라고 분석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날 “미국의 발표가 역사적 오류를 바로잡았다”고 했다.
미국의 입장 변화를 놓고 팔레스타인, 요르단 등과 유럽연합(EU)는 즉각 반대 목소리를 냈다. 마흐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행정수반 대변인실은 “미국의 이번 입장 발표는 국제법에 모순된다”며 “미국은 국제법상 결의를 취소할 자격이나 권한이 없고, 이스라엘 정착촌에 대한 합법성을 부여할 권리도 없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아이만 사파디 요르단 외무장관은 “미국의 입장 변화는 중동 평화 조성에 있어 위험한 결과를 낼 수 있다”고 우려했다.
페데리카 모게리니 EU 외교·안보 고위대표 대변인은 “EU는 이스라엘 정착촌이 국제법상 불법이라 보고 있다”며 “이스라엘에 모든 정착촌 건설을 중단할 것을 요구한다”는 성명을 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