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이었다. 원광대 건축학과 출신 한 청년이 사업을 해야겠다고 결심한 것은. 피부과 의사인 매형과 얘기를 하던 중이었다. 여드름 치료 때 병원에서 발라주던 비비크림에 대해 물었다. 매형은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약국이나 병원이 개발한 화장품 시장이 성장하고 있다고 했다. ‘더마 코스메틱’ 분야였다. ‘저걸 팔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그리고 해브앤비라는 회사를 창업했다. 2004년이었다.
이후 의사들의 조언을 듣고 제품을 개발했다. 치료과학이라는 의미를 담아 브랜드명은 닥터자르트라고 지었다. 2006년 한국과 미국에서 동시에 판매를 시작했다. 한때 K뷰티의 상징이었던 비비크림을 미국에 알린 주역이 됐다. 2014년 닥터자르트는 매출 300억원을 돌파했다. 글로벌 뷰티 기업 에스티로더는 닥터자르트의 가치를 알아챘다. 2015년 창업자 이진욱 대표로부터 지분 33.3%를 인수했다. 그후 매출 3000억원을 돌파하기까지는 3년밖에 걸리지 않았다. 에스티로더는 18일 이 대표가 갖고 있던 나머지 지분 66.7%도 인수했다고 발표했다. 기업가치는 2조원으로 평가했다고 발표했다. 정확한 금액은 밝히지 않았지만 이 대표가 1조원이 넘는 금액에 지분을 판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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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값 2조에 팔린 닥터자르트…'K뷰티' M&A 성공신화 썼다
이진욱 대표 보유지분 66.7%…美 에스티로더가 전량 인수
미국 화장품회사 에스티로더컴퍼니즈가 닥터자르트를 인수했다. 1조원이 넘는 규모의 인수합병(M&A)으로, 에스티로더가 아시아 화장품 브랜드를 인수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에스티로더는 닥터자르트 창립자인 이진욱 해브앤비 대표가 가진 잔여지분 66.7%를 인수해 100% 지분을 보유하게 됐다. 인수금액은 최소 1조30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에스티로더는 북미와 영국,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스킨케어 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닥터자르트를 인수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2004년 사업을 시작한 닥터자르트는 ‘더마코스메틱’을 지향하며 새로운 콘셉트와 제형, 성분을 개발하는 데 주력해왔다. ‘비비크림’과 민감성 피부를 위한 ‘세라마이딘’, 피부 진정용 화장품 ‘시카페어’ 등 잇달아 히트작을 내놨다.
파브리지오 프레다 에스티로더컴퍼니즈 글로벌 최고경영자(CEO)는 “닥터자르트의 피부과학과 혁신적 역량, 예술적 표현을 결합한 고품질 스킨케어 제품은 우리의 고급 뷰티 브랜드 포트폴리오에 전략적으로 필요했다”며 “앞으로도 전 세계에서 큰 폭의 성장을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진욱 해브앤비 대표는 CEO에선 물러나지만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회사에 남아 제품개발에 힘쓸 예정이다. 직원들도 그대로 남는다. 아직 차기 CEO는 정해지지 않았다. 이 대표는 “에스티로더는 4년 전 전략적 관계를 맺을 때부터 우리 브랜드와 잘 맞는 이상적인 파트너였다”며 “닥터자르트를 전 세계에서 성장시키고 혁신하는 과정에서 에스티로더와 함께하게 돼 기대가 크다”고 밝혔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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