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다른 재단의 눈길이 닿지 않는 사각지대를 찾아 지원하는 게 아시아발전재단이 추구하는 핵심 가치입니다.”
김준일 아시아발전재단 이사장(67·사진)은 아시아발전재단 설립 취지에 대해 이같이 답했다. 지난 5일 아시아발전재단은 베트남 호찌민시한국국제학교(KIS)에 미래인재 육성을 위한 장학기금 50만달러를 전달했다. 이 장학기금은 내년부터 호치찌시한국국제학교를 중심으로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지원된다. 김 이사장은 “베트남과 교류가 늘어나면서 많은 한국인이 현지에서 일하고 있지만 학교가 부족해 자녀들의 입학이 미뤄지는 경우가 많다”며 “이번 기부가 마중물이 돼 정부와 다른 기업의 관심이 커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아시아발전재단은 아시아 각국의 상호 이해와 교류 협력 증진을 목표로 하는 비영리 재단이다. 생활용품업체 락앤락을 창업한 자수성가 기업가인 김 이사장이 조남철 전 한국방송통신대 총장 등과 의기투합해 2016년 출범시켰다. 500억원을 순차적으로 출연한다는 계획이다. 김 이사장은 2017년 락앤락 지분 전량을 매각(약 6300억원)하고 베트남에서 부동산개발사업 등을 하고 있다. 그는 “돈을 어떻게 버는 것보다 돈을 어떻게 가치 있게 쓰느냐가 더 중요하다”며 “갈등을 줄이고 세상에 없던 일을 만드는 데 돈을 쓰기 위해 재단을 설립했다”고 말했다.
조선족, 고려인, 재일동포 등 한인 동포 청년들을 초청해 소통의 기회를 제공하는 ‘공감과 동행’, 한국 거주 다문화 학생들이 어머니의 언어를 배울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이중언어교실’, 베트남 캄보디아 네팔 등 아시아 지역 엘리트 대학생을 키우는 ‘ADF 엘리트 장학사업’ 등이 아시아발전재단의 주요 프로그램이다.
김 이사장이 특히 애착이 있는 주제는 ‘다문화 가정’이다. 그는 “다문화 가정을 둘러싼 문제가 점차 악화되고 있다”며 “국가 간 가교 역할을 담당할 인재들이 오히려 악순환의 고리로 빠져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한국에 우호적인 정서를 가진 동남아시아 미래 엘리트를 양성한다면 제2의 박항서 감독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재단을 돕는 재단으로 거듭나고 싶다”는 것도 색다른 방향이다. 대한제국 시대 한국 독립에 힘을 보탠 외국인 선교사를 중심으로 설립된 연구기관인 왕립아세아학회 한국지부를 지난해 후원한 게 대표적이다. 그는 “100년이 넘게 전통을 이어온 소중한 단체가 재정난으로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는 소식을 듣고 지원을 결정했다”며 “아시아발전재단의 프로그램 이외에도 좋은 취지로 운영되는 재단이나 학회 등을 찾아 지원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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