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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 칼럼] '포퓰리즘의 순간'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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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 칼럼] '포퓰리즘의 순간'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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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학자 야스차 뭉크는 <위험한 민주주의>에서 전 세계에 확산되고 있는 포퓰리즘(대중인기영합주의) 현상을 우려했다. 다수 대중을 포섭하기 위해 소수의 자유를 배제하는 ‘반(反)자유적 민주주의’ 행태를 보이는 포퓰리즘이 퍼지고 있음을 경고했다. 폴란드가 그 사례다. 야로슬라프 카친스키는 2015년 집권 후 ‘적폐청산’을 명분으로 언론, 검찰, 사법부를 장악했다. 올해에는 반(反)난민 정서를 부추기고 복지비 지원 공약을 내세워 재집권했다. 폴란드에 포퓰리즘의 시대가 열렸다.

제20대 국회 마지막 정기국회가 개회 중이다. 국회는 선거법 개정안, 공직수사처 설치안 처리를 앞두고 있고 내년도 예산안을 심의하고 있다. 통과를 위해 더불어민주당은 군소 야당들과 거래를 시도할 것이다. 하지만 여당과 군소 야당이 모여 하나를 주고 하나를 받는 방식으로 통과시켜서는 결코 안 되는 법안들이다. 선거법 개정, 공수처 설치법은 자유민주주의를 파괴시키고, 513조원 슈퍼 예산안은 우리를 포퓰리즘의 나락으로 빠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정당 간 주고받기로 통과시켜서는 절대 안 된다는 것이다.

선거법 개정은 지난 10일 대통령과 야당 대표의 청와대 만남에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와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심각한 설전을 벌였을 정도로 중대한 ‘게임의 룰’ 변경이다. 황 대표는 선거법 상정 과정에서 제1 야당을 배제했기 때문에 절차적 결함이 있음을 지적했다. 반면 손 대표는 ‘표의 등가성’ 확보라는 명분을 위해 법 개정이 이뤄져야 함을 강조했다.

그러나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지도부가 철저히 감춘 사실이 있다. 표의 등가성을 제대로 이루기 위해서는 비례대표 후보 공천의 민주성, 공정성, 투명성 확보가 먼저인데, 이에 대한 정당 혁신은 한 차례도 공개 언급하지 않았다. 비례대표를 확대하면 그만큼 자기 사람을 꽂을 자리와 공천 장사 자리가 많아져 당 지도부의 권한만 확대될 뿐이다.

또 연동형 비례제 도입 논의에서 아쉬운 것은 군소 정당 난립으로 발생할 정국 불안정은 지적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도리어 군소 정당의 확대가 양당 패권주의를 완화한다는 거짓 뉴스가 양산되고 있다.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대안신당, 정의당, 우리공화당 등 다양한 군소 정당이 존재하지만 이들마저 범여당, 범야당으로 편 갈라 싸우느라 중재는 나타나지 않았다. 결국 ‘카르텔 연합정당’만 출현했을 뿐 군소 정당의 존재가 거대 양당의 대결 정치를 완화할 것이라는 주장은 거짓이 됐다.

‘사법개혁’으로 포장된 공수처 설치도 포퓰리즘 통치로의 길을 열 것을 예상한다. 포퓰리즘의 특징은 사회를 순수한 인민과 부패한 엘리트로 나누고 후자를 ‘적’이자 ‘적폐’로, 없애야 할 대상으로 삼는 데 있다. 베네수엘라와 폴란드의 포퓰리즘이 그랬다.

청와대나 대법원으로 배달되는 판사와 검사의 비리에 대한 고발장과 진정, 수사 요구가 매년 수십만 건에 달한다. 판사와 검사에 대한 이런 ‘직권 남용’ 투서는 쉽게 공수처에서 비리 증거로 전환될 것이다. 그렇다면 검사와 고위 경찰, 판사의 운명이 ‘공수처장’을 임명하는 대통령의 영향력 안에 들어가는 상황이 된다. 무소불위 대통령에 대한 견제는 사라지고 적폐 세력은 쉽게 단죄하는 포퓰리즘 시대가 열릴 것이다.

국회에 제출된 내년 예산은 철저히 총선을 위한 선거 포퓰리즘 예산이다. 현금 지원이 6조원 늘어난 54조원이나 된다는 사실은 대놓고 국민의 표를 현금 구매하겠다는 표징이다. 선거 승리를 위해 성장률 2%는 사수해야 하는 숫자고 이를 위해 올해 예산은 남김없이 다 써야 한다. 청와대 대변인의 ‘곳간 궤변’은 청와대의 ‘재정 사회주의적’ 분위기를 반영한다. 또 재정 확대, 분양가 상한제, 자사고 폐지 등 정부 정책은 내년 선거의 도구로 전락했다. 이제 국민이 현금 살포와 공짜 복지에 표를 넘기면 한국판 포퓰리즘은 완성된다.

우리는 지금 ‘포퓰리즘의 순간(populist moment)’에 와 있다. 남미 국가들처럼 경기침체, 고실업, 국민 불만을 잠재우기 위한 공짜로 나눠주기가 경제의 본질이 되고, 정치는 대통령제와 군소 정당의 난립이라는 최악의 조합에 통치 불능으로 가는 길이다. 국회가 막아야 한다. 20대 국회의 마지막 책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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