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정보기술(IT)의 바다는 역동적입니다. 감탄을 자아내는 신기술이 밀물처럼 밀려오지만 어렵고 생소한 개념이 넘실대는 통에 깊이 다가서기 어렵습니다. 독자들의 보다 즐거운 탐험을 위해 IT의 바다 한가운데서 매주 생생한 '텔레파시'를 전하겠습니다.
유튜브 최고경영자(CEO), 구글 CEO, 러쉬 공동창업자에게 올해 일제히 러브콜을 받은 70대 한국인이 있다. 100만 구독자를 거느린 유튜버 박막례씨(72·사진)다. 전 연령을 아우르는 두터운 팬층, '코리아 그랜마(Korea Grandma)'로 불리며 해외에서도 뜨거운 사랑을 받는 세계적 인플루언서(창작자)로 자리매김했다.
네이버, 유튜브 같은 플랫폼 업체들도 인플루언서 유치에 명운을 걸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개인방송을 통해 대중에 막대한 영향력을 끼치는 인플루언서를 얼마나 포섭하느냐에 향방이 갈린다는 판단에서다. 수익 창출 등 보상 지급부터 인플루언서 인큐베이팅(육성)까지 팔을 걷어붙였다.
네이버는 이달 22일부터 약 2개월간 '인플루언서 검색'의 비공개 시범서비스(클로즈 베타)를 실시한다. 네이버가 내년 본격적으로 선보일 창작자 중심의 검색 서비스다.
특정 키워드에 대한 검색 결과에 창작자가 직접 참여할 수 있는 '키워드 챌린지', 창작자의 콘텐츠와 외부 활동 채널 등을 볼 수 있는 '인플루언서 홈'으로 구성된다. 네이버 검색창에서 '파리여행'을 검색하면 여행 전문 인플루언서의 콘텐츠와 홈이 검색 결과로 나타나는 식이다.
네이버는 여행, 뷰티 분야와 관련된 250여개 키워드로 '키워드 챌린지'를 시범 운영하기로 했다.
보상 시스템도 강화한다. 인플루언서 충성도를 높이기 위한 방안이다.
네이버는 '인플루언서 홈' 추천 수를 바탕으로 창작자 성장 단계에 따른 보상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네이버 포인트 시스템을 창작자와 연결해 후원할 수 있게 하거나 블로그 내 동영상에 브랜드 광고를 적용하고, 창작자 리뷰를 광고 소재로 사용하는 기능 등을 검토하고 있다. 아프리카TV나 유튜브의 수익 창출모델과 흡사한 방식에 네이버 플랫폼과 사용자층을 붙이는 그림이 그려진다.
네이버와 경쟁 관계인 유튜브도 인플루언서 유치에 공을 들이고 있다. 최근에는 인플루언서의 수익을 강화하기 위해 유료 서비스인 채널 멤버십에 등급제를 도입했다. 이용금액에 따라 멤버십 등급을 나눠 채널 혜택을 차별화하고, 그만큼 인플루언서에게 돌아가는 수익을 늘렸다.
채널 멤버십은 창작자가 운영하는 채널에서 또 다른 파생 채널을 볼 수 있는 서비스. 만 18세 이상, 무료 채널 구독자 수 3만명 이상을 모두 충족하는 창작자만 운영할 수 있다. 영향력이 큰 창작자들을 유치하고 장기적 활동이 가능하게끔 마련한 장치다.
유튜브 이용자들이 창작자에게 후원금을 보낼 수 있는 '슈퍼챗' 기능도 인플루언서 수익 향상으로 이어진다.
인플루언서 유치를 넘어 육성에도 나섰다. 유튜브는 최근 국내 게임 분야 '라이징 크리에이터' 12명을 선발해 차세대 스타 크리에이터 육성에 나섰다. 영상 제작 기술부터 채널 브랜딩, 운영 전반에 대한 교육은 물론이고 200만원 상당 장비도 제공했다.
마크 레프코비츠 유튜브 아태지역 크리에이터·아티스트 총괄은 13일 "게임 크리에이터를 비롯해 다양한 한국의 재능 있는 크리에이터들이 전 세계를 무대로 활약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네이버도 창작자에게 데이터 분석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인공지능(AI) 기술에 기반한 콘텐츠 창작자 특화 데이터 분석도구다. 아울러 콘텐츠 편집, 제작 등을 손쉽게 할 수 있는 '아티클 스튜디오'도 마련했다.
인플루언서들이 마음껏 콘텐츠를 생산하고 수익도 가져갈 수 있는 '판'을 깔아주는 것이다. 인플루언서를 얼마나 확보하느냐가 결국 플랫폼 성장으로 직결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IT(정보기술) 업계 관계자는 "과거 기업들이 이미지와 인지도를 끌어올리기 위해 연예인을 내세웠다면 지금은 인플루언서가 그 역할을 하고 있다"며 "검색이나 동영상 플랫폼이 성장하려면 매력적 콘텐츠를 내놓는 인플루언서 확보가 필수다. 인플루언서들이 활동하기 좋은 환경, 강한 보상을 제공하는 업체가 앞으로의 승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은지 한경닷컴 기자 eunin1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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