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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언의 이슈 프리즘] 저금리가 '경제 민낯' 가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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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지난 8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한국 경제 바로알기’ 소책자를 발간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 반환점을 하루 앞둔 시점이었다. 짐작하듯 이 책자에는 대내외 여건은 어렵지만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은 견고하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각종 수치 및 그래프도 빼곡히 실려 있다.

그렇지만 ‘안쓰럽다’는 느낌 없이 이 책자를 읽어내기는 힘들다. ‘경제위기? 글로벌 경기 하강 속에서 적극 대응 중’ ‘내년 상황? 금년보다 개선 전망’ ‘고용? 양적·질적으로 뚜렷한 회복세’ 등의 소제목들이 현실과 너무나 동떨어져 있다.

아무리 포장해도 올해 2% 경제성장률 달성은 어려워 보인다는 게 대체적인 연구기관들의 전망이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국회 국정감사에서 “현재로서는 올해 2% 성장이 쉽지 않다”고 했다. 올해 두 차례 기준금리를 낮추며 정부의 경기 부양에 힘을 보탠 곳이 한국은행이다.

1%대 성장, 진짜 위기다

1960년대 이후 경제성장률이 2% 아래로 떨어진 것은 세 번뿐이었다. 제2차 석유파동이 닥친 1980년(-1.7%), IMF 구제금융을 받은 1998년(-5.5%), 글로벌 금융위기가 덮친 2009년(0.8%)이 그때였다. 올해는 ‘쇼크’ 수준의 대외 변수가 없는데도 이 대열에 합류할 처지다. 미·중 통상전쟁과 한·일 갈등이 위협이긴 하지만 외환위기, 금융위기에 비할 수는 없다.

성장률은 모든 경제 활동의 결과다. 성장률이 개선되지 않으면 소득도 일자리도 늘어나기 힘들다. 이것이 핵심이다. 인구 구조가 과거와 달라졌고 경제 규모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졌으며 지금 세계 경기가 하강하고 있다는 이유로 그냥 넘어갈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과거 위기는 외부 변수가 초래한 일시적 현상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위기는 누가 보더라도 내부적 요인에 따른 구조적인 현상이다. ‘잃어버린 20년’을 넘어 30년으로 가는 일본식 불황이 이미 시작됐다는 경제학자들도 꽤 있다.

성장률 추락의 본질적인 원인이 낮은 생산성이나 혁신 부재 등의 문제라면 접근 방식이 지금과 달라져야 한다. 통화정책이 아니라 규제를 풀고 산업 혁신을 장려하는 정책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 디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투자를 늘리고 경기를 살리기 위해 돈을 풀고 금리를 내리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저금리 모르핀'에 빠진 경제

미국 등 세계 각국은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저금리와 양적 완화를 통해 최악의 상황을 모면했다. 단기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 뒤 또 다른 문제가 불거졌다. 일본과 유럽연합(EU)은 물론 미국에서조차 금리 정책의 정상화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그렇다고 미국을 빼면 경제가 활력을 되찾은 것도 아니다.

모든 경제 정책이 그렇지만 저금리도 긍정적인 효과만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 싼값의 돈이 넘쳐나면 자산시장을 교란해 거품 우려가 커지고 부실기업 퇴출도 늦어지는 부작용이 생긴다. 과거 같으면 저성장 국면에선 구조조정 바람이 거셌겠지만 지금의 저금리는 이런 충격을 막아내고 있다. 그 때문에 지금 정부도, 기업도, 가계도 최악으로 치닫는 경제지표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는지 모른다.

얼마 전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을 감당하지 못하는 기업이 35%에 달한다는 분석이 있었다. 사상 최저 수준의 저금리에 취해 우리 경제의 곪은 부위가 치유 불가능한 수준으로 확산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경제가 ‘저금리 모르핀’에 빠져서는 안 된다.

soo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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