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부터 시작된 일본제품 불매운동 바람이 유통기업 3분기 실적시즌을 덮쳤다. 불황 속 첨예한 경쟁이 일어나는 와중에 불매운동 여파를 맞은 일부 기업들은 '어닝 쇼크(실적충격)'를 피하지 못했다.
8일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백화점, 대형마트, 슈퍼 등을 거느린 롯데쇼핑이 오프라인 유통업의 부진과 일본 제품 불매운동의 악영향 등으로 부진한 실적을 거뒀다고 분석했다.
롯데쇼핑의 연결 기준 3분기 영업이익은 87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6% 급감, 반토막났다. 같은 기간 매출은 4조4047억원으로 5.8% 감소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영업이익과 매출 컨센서스(국내 증권사 전망치 평균) 1735억원과 4조6039억원을 크게 밑돈 부진한 성적이다.
국내 소매경기 둔화 속 e커머스(전자상거래) 공세에 따른 오프라인 채널의 부진 여파가 컸다. 해외명품을 중심으로 그동안 실적을 방어한 백화점의 기존점포 매출이 후퇴한데다 대형마트와 전자제품 전문점인 하이마트의 매출이 두자릿수 감소한 결과다.
부문별 기존 점포 매출성장률은 백화점 -4.3% 대형마트 -11% 슈퍼마켓 -5%로 집계됐다.
주영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이에 대해 "3분기 국내 소비경기도 좋지 못했지만 일본 불매운동 여파로 오프라인 매장 트래픽 감소를 피할 수 없었기 때문으로 보인다"며 "특히 국내 대형마트는 영업부진으로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90%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박상준 키움증권 연구원 역시 "국내 주요 업태의 매출 역신장, e커머스 손실 영향, (일본제품 불매운동의 타깃이 된) 유니클로 한국법인인 자회사 에프알엘코리아 실적 부진 등으로 롯데쇼핑의 전사 영업이익이 크게 감소하고 순이익은 적자전환했다"고 분석했다.
롯데쇼핑은 3분기 233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해 순이익이 적자로 전환했다. 그는 "롯데인천개발 등의 지분 매입으로 인한 과점주주 간주취득세 부과(330억원)를 제외할 경우 영업이익은 39.4% 감소한 1206억원으로 추정된다"고 덧붙였다.
GS홈쇼핑을 비롯한 홈쇼핑업계 역시 일부 여파가 불가피했다는 분석이다. 일본제품 불매운동 여파로 마진이 높은 일본계 미용기구들을 편성표에서 제외할 수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GS홈쇼핑의 3분기 영업이익은 35.3% 감소한 199억원을 기록해 컨센서스(에프앤가이드 기준 253억원)를 큰 폭으로 하회했다. 같은 기간 매출은 3.3% 증가한 9886억원을 기록했다.
서정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3분기는 일본제품 불매운동 영향으로 관련 상품 방송 비중을 단기간 내 조정해 혼란이 빚어졌다"며 "이와 함께 보험 매출 부진 등이 영향을 미쳐 영업이익이 예상치를 하회하는 다소 부진한 성적을 거뒀다"고 평가했다.
그는 "3분기에 송출수수료가 전년 동기 대비 약 40억원 증가하면서 영업이익 감소폭이 컸다"며 "4분기 이후 상황도 녹록지 않다"고 진단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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