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현장을 지키는 기업인들의 걱정과 울분이 쏟아지고 있다. 강호갑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회장은 그제 기자간담회에서 “50~60년 일궈온 경제가 한 방에 무너질까 두렵다”며 격한 심경을 토로했다. 5개 경제단체 대표단도 같은 날 공동회견을 열고 “답답하고 무기력한 심정”이라고 입을 모았다.
경제계 리더들의 말은 이례적으로 강한 톤이어서 듣기만 해도 낙담과 좌절감이 전해진다. 강 회장은 “기업은 절실한데 정부와 정치권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고 개탄했다. “베네수엘라의 경제붕괴를 다룬 책이 마음에 와 닿는다”는 말도 했다.
경제 5단체가 발표한 ‘입장문’에도 답답함이 배어 있다. “미·중 무역갈등 같은 외부 요인을 넘어 스스로 경영환경을 부담스럽게 만들어 경제활력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지적은 적확하다. “재정 확대도 의미 있지만, 노동개혁과 규제개혁으로 생산성을 높이고 신성장동력을 확대하는 게 정도”라는 대목도 그렇다.
기업인들의 호소는 이전에도 있었지만, 이번엔 절규에 가까운 느낌이다. 1%대 초(超)저성장, 수출 급감, 이자도 못 갚는 한계기업 급증을 접하면서 체감하는 위기감이 그만큼 절박하기 때문일 것이다. 경제계의 좌절감은 주요 장관들은 물론이고 정권 실세와 대통령까지 줄줄이 기업인을 만나고 다독였지만 달라진 것은 없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경청하겠다’ ‘개선하겠다’는 수많은 다짐은 국면전환용에 불과한 것이었는가.
쓴소리는 인기영합주의로 치닫는 정치권에 집중되고 있다. “청년수당으로 풀리는 수천억원으로 청년 일자리를 만들고 월급 주는 게 맞지 않느냐”는 강 회장의 지적을 새겨들어야 할 것이다. 봇물처럼 터지는 불만은 경제 전반이 임계점에 도달하고 있다는 위험신호다. 그런데도 여당 대표는 “큰 기조는 바꾸기 어렵다”며 흘려듣는 모습이다. ‘한국서 기업하려면 그 정도는 감수해야 한다’는 듯한 오불관언(吾不關焉)식 행태가 더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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