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과 정부가 최대 100조원에 가까운 규모의 연내 예산 집행을 지방자치단체와 지방교육청에 주문했다. 당정이 올해 경제성장률이 1%대로 추락할 것이라는 비관론이 팽배해지자 지방재정 곳간을 열어 경기부양에 나섰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정식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의장은 7일 국회에서 열린 당정 확대재정관리 점검회의에서 “올 10월 말 기준 지방재정 집행률은 70%에 불과해 중앙재정 85%, 지방교육재정 77.3%에 비해 실적이 부진하다”며 “연례 불용액 규모만으로도 추가경정예산안 투입 이상의 경제효과 달성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는 회의 직후 기자들을 만나 “연내 중앙재정 97%, 지방재정 90%, 지방교육재정 91.5% 이상 집행을 목표로 추진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기획재정부의 목표 집행액 예상치는 중앙재정 475조원, 지방재정 371조원, 지방교육재정 86조원 수준이다. 이를 기준으로 추산하면 중앙재정은 59조원, 지방재정은 82조원, 지방교육재정은 13조원을 연말까지 추가로 사용해야 한다. 총 95조원에 달하는 지자체와 지방교육청 예산을 두 달 만에 소진해야 하는 셈이다. 지자체는 올 들어 월평균 약 30조원의 예산을 사용했지만, 당정 목표대로 라면 남은 두 달 동안 월평균 40조원 이상을 써야 한다.
정부는 지자체의 연내 예산 소진이 부진하면 내년 예산 배정에서 불이익을 주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구윤철 기재부 2차관은 이날 회의에서 “정부는 지자체의 집행 실적을 반영한 특별교부세 차등지원 등 인센티브를 강화하고 있다”며 “내년 1~2월에는 연례적인 이·불용 등으로 집행 실적이 부진한 사업과 관행적인 보조사업에 대해 강력한 구조조정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여당과 정부가 지방재정 집행을 압박하고 나서자 정치권에서는 “여당의 총선 대비용 예산 몰아 쓰기”라는 비판이 나온다. 야권 관계자는 “결국 5개월 남은 총선에 대비해 지방정부 돈을 풀어 표심을 사겠다는 것 아니겠나”고 꼬집었다.
지자체들은 연내 급속한 예산 소진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반발하고 있다.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관계자는 “지자체는 토지보상·입찰계약 등 행정절차의 복잡성으로 인해 충분한 집행 기간이 필요한 사업들이 많다”며 “특별회계의 예비비는 개별 법상 용도 제한이 많아 지방정부 재량으로 집행할 수 없는 경우가 대다수”라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재정을 예산연도 마감에 집중해서 사용하면 문제의 소지가 될 수 있으므로 관리가 필요하다”며 “정부가 전체 예산 집행 목표액을 세우고 그 중간 단계를 세부적으로 설정해 실제로 예산이 적절하게 집행되고 있는지 꾸준히 모니터링해야 한다”고 했다.
김소현 기자 alp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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