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A씨는 최근 주거래은행 직원에게서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은행 앱(응용프로그램)에서 오픈뱅킹에 가입하고 권유 직원 이름에 자신을 입력해달라”는 내용이었다. A씨는 “동명이인이 있을 수 있으니 꼭 지점명으로 검색해서 해달라는 부탁까지 해왔다”며 “오픈뱅킹이 무엇인지 자세한 설명도 듣지 못한 채 등 떠밀리듯 가입했다”고 했다.
은행 간 벽을 허무는 ‘오픈뱅킹’이 지난달 31일 문을 열었다. 하나의 은행 앱에서 다른 모든 은행의 계좌를 조회·이체할 수 있는 서비스다.
‘혁신 금융서비스’로 출범했지만 은행들의 영업 방식은 과거에 머물러 있다. 일부 은행은 영업점 직원에게 고객 ‘할당량’까지 정해주면서 실적을 압박하고 있다.
신한·국민·농협 등 대부분의 대형 은행은 오픈뱅킹 서비스에 가입할 때 ‘권유 직원’을 입력하도록 해 놨다. 이름이 들어가야 전산상 본인의 실적이 채워지는 구조다. 할당을 채워야 하니 이곳저곳 부탁할 수밖에 없다. 포털사이트에서 ‘오픈뱅킹’을 검색해 봤다. 가입 방법을 설명한 뒤 ‘권유직원 칸에 OOO를 넣어달라’는 내용의 블로그 포스팅이 무더기로 쏟아졌다. 직장인 익명 게시판 앱 블라인드에는 ‘오픈뱅킹 실적을 맞바꾸자’는 타행 간 ‘교환 거래’도 줄을 이었다.
이런 모습은 새로운 금융 서비스가 출시될 때마다 반복된 일이다. 2015년 계좌이동제, 2016년 개인자산관리계좌(ISA) 통장 출시 때도 ‘영업 대란’이 이어졌다. 할당을 통해 가입자 수는 늘렸지만 이후 사용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자발적인 가입이 아니기 때문이다. 한 시중은행 영업점 직원은 “부탁하는 사람조차 ‘일단 가입만 하고 쓰지 않아도 된다’는 식으로 영업하는데 실제 사용까지 기대하기는 어렵지 않겠느냐”고 되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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