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바논 반(反)정부 시위가 18일째 계속되고 있다.
4일 알자지라에 따르면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와 북부 주요 도시인 트리폴리 등에선 지난달 17일 이후 매일밤 반정부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알자지라는 “지난 3일에도 시위가 열렸다”며 “시위에 모여드는 군중 수는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고 보도했다.
레바논 주요 도시 시민들은 현 정부 퇴진과 부패 청산 등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시위 발단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과세안이었다. 정부가 레바논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스마트폰 메시지 앱(응용프로그램) 왓츠앱 이용자에게 하루 20센트(약 230원)를 과세하겠다고 발표한 게 도화선이 됐다. 만성적인 생활고와 취업난을 겪고 있는 시민들이 불만을 터뜨리면서 레바논 전체 인구 4분의 1이 참여하는 대규모 시위로 번졌다.
시위대는 현 정부 물갈이를 요구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사드 하리리 총리가 사임했지만 새 경제 개혁 등을 위해선 충분치 않다는게 이들의 주장이다. 레바논 정부는 지난달 21일 SNS 과세안을 취소하고 고위 공무원 월급을 50% 삭감하는 등 긴급 경제개혁안도 발표했으나 시위를 잠재우지는 못했다.
주요 외신들은 이번 시위의 배경이 종교나 정파 갈등이 아닌게 특징이라고 지적한다. 생활고에 시달리던 시민들이 종교나 정파, 인종 등 기존 역내 화두에서 민생과 경제로 관심을 옮겼다는 얘기다. 국제노동기구가 추산한 레바논 올해 청년층(만 15~24세) 실업률은 17.6%로 세계 평균(12.7%)을 크게 웃돈다.
레바논 시위대는 “너희(정치인)들은 내전을 해라. 우리는 시민 혁명을 한다”는 구호를 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시민은 알자지라에 “그간 정치인들은 무장세력이니 반군이니 운운하며 갈등을 조장해왔고, 그동안 우리들은 모든 것을 잃었다”며 “이번 시위는 (정파가 아니라) 시민이 주도하는 혁명”이라고 말했다. 알자지라는 “트리폴리의 경우 도시 내 실업률이 약 50%로 추정된다”며 “시민들이 시위 이전의 ‘정상적인 삶’으로 돌아갈 유인이 거의 없다보니 시위가 장기간 지속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