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에는 저항이 따르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국민에게 개혁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설득하는 게 정치인의 의무다.”
브뤼노 보넬 프랑스 하원의원(사진)은 최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한 한국경제신문과의 단독 인터뷰에서 “프랑스에서는 노동 등 개혁을 망설임 없이 추진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 정부의 성과가 가시화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여당인 레퓌블리크 앙마르슈 소속인 보넬 의원은 지난달 25일 한국 정부의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가 연 ‘2019 4차 산업혁명 글로벌 정책 컨퍼런스’의 기조연설자로 방한했다.
보넬 의원은 1983년과 1996년 게임 개발·배급업체인 인포그램즈와 프랑스 최초 대중 인터넷 공급회사 인포니를 각각 설립한 프랑스의 대표 기업인 중 한 명이기도 하다. 2000년대 이후엔 세계 3대 게임업체인 아타리의 최고경영자(CEO)와 유럽의 대표적인 로봇 유통회사 로보폴리스 회장 등을 지냈다. 2017년 총선에서 론 지역구 하원의원에 당선돼 정치인으로 변신했다.
그는 국회 상임위원회 격인 경제위원회에서 ‘기업의 성장과 변혁을 위한 행동계획’ 등 개혁 법안을 추진 중이다. 이 법안엔 법인세율 인하, 공기업 민영화, 중소기업 지원 등 72개 경제 개혁 조항이 담겨 있다. 보넬 의원은 이 법안이 기업에 더 많은 자유를 줘 성장과 혁신을 도모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넬 의원은 “그동안 프랑스는 사회 전반에서 대대적인 개혁이 필요했다”며 “이제 개혁을 추진한 마크롱 정부의 정책 성과가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고 했다. 투자가 늘어나고 고용이 증가하면서 실업률이 떨어지는 등 지표가 좋아지고 있다고 했다.
물론 개혁 과정에서 노란조끼 시위 등 반발의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그는 “그래서 정치가 필요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보넬 의원은 “4차 산업혁명 등 사회에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나면 인구의 일부는 뒤처졌다고 생각하기 마련”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국민에게 당위성에 대해 정치적인 설명이 친절히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기업인과 정치인의 차이점에 대해선 “기업 운영은 모터보트를 타는 것이고 정치는 돛단배로 항해하는 것”이라고 비유했다. 모터보트는 방향만 정하면 원하는 대로 빠르게 갈 수 있지만 돛단배는 해류 등 예상치 못한 상황 때문에 목적지까지 쉽게 가기가 어렵다는 얘기다. 보넬 의원은 “그렇기 때문에 정치인은 세상을 변화시키겠다는 확신과 신념을 가지고 뚝심 있게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넬 의원은 “지난 3월 문재인 대통령이 ‘로봇산업에서 한국이 세계적 리더가 되겠다’고 선포한 연설을 인상 깊게 봤다”고도 했다. 그는 “정치인은 이처럼 사회의 자그마한 신호를 읽고 이를 확산시키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