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집권 초기부터 협치를 강조했지만 국회는 오히려 정쟁으로 얼룩지면서 파행을 빚었다.
3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0대 국회의 법안 처리율은 29.9%(사진1)로 역대 국회 중 최저 수준이다. 한국전쟁 기간이었던 제2대 국회의 법안처리율(60.6%)의 절반에도 못미친다. 17대 53.3%, 18대 49.0%, 19대 46.5% 등과 비교해서도 크게 낮다. 핵심 정치현안을 둘러싼 여야의 첨예한 대립 속에 국회가 파행 운영된 탓이다.
문 대통령이 추진을 밝혔던 각종 개혁 과제 중 상당수는 국회에 발목 잡혀 있다. 혁신성장을 위한 ‘데이터 3법’, 벤처투자촉진법, 주 52시간제 보완을 위한 탄력근로제 확대법 등 민생·경제 법안들이 대표적이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협치를 위한 신뢰 구축이 전혀 되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정권 초기 취임 일성으로 ‘통합 대통령’을 강조하며 협치 드라이브를 걸었다. 취임 첫날 정세균 당시 국회의장과 야 3당 지도부를 차례로 만났고, 취임 후 열흘도 되지 않아 여야 5당 원내대표와 오찬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의 구상과는 달리 국회는 평행선만 달렸다. 지난해 여야가 분기마다 한 차례 여야정 협의체 개최를 개최하는 데 합의했지만 첫 회의 이후 ‘개점휴업’ 중이다.
특히 장관급 인사가 발표될 때마다 여야는 극한 대립을 빚었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김연철 통일부 장관 등 22명이 국회 청문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됐다(사진2). 박근혜 정부에서 4년 9개월간 10명, 이명박 정부에서 17명, 노무현 정부에서 3명의 장관급 인사가 각각 청문보고서 없이 임명됐다. 문재인 정부는 5년 임기 반환점을 돌기도 전에 과거 정부들의 인사 강행 선례를 넘어섰다. 올해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인선을 놓고 ‘대결 정치’의 정점을 찍었다.
여야가 끊임없는 정쟁을 벌이면서 국민들의 여론도 분열됐다. 정치에 회의감을 느껴 여야 어느 쪽도 지지하지 않는 무당층도 크게 늘었다. 최근 갤럽 여론조사에서 무당층 비율은 25%로 문 대통령 취임 직후인 17%에서 크게 올랐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여야는 지지층을 결집시키기 위한 ‘선명성’ 경쟁에 또다시 들어서면서 대립 국면이 부각될 가능성이 높다. 이 교수는 “여야 대표가 참여하는 정치협상회의나 문 대통령과 당 대표들의 정기적인 만남 등 협의체를 현실화 하는 게 협치를 위해 중요하다”고 말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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