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김홍영 검사 아버지가 3년 만에 처음 카메라 앞에 섰다.
지난 1일 방송된 KBS1 '시사직격'은 임은정 검사가 내부 상황을 기록한 '비망록'을 토대로 지난 2016년 사망한 故 김홍영 검사 사건을 재조명했다.
김 검사는 2016년 5월 부임한 지 1년 3개월 만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당시 검찰은 김 검사가 과도한 업무와 상관의 폭언 폭행에 시달리다 사망한 것으로 결론 내렸고, 직속상관이었던 김대현 부장검사의 해임으로 사건은 일단락됐다.
그러나 3년 만에 카메라 앞에 선 김 검사의 아버지는 "아들의 죽음에 또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평소 밝고 유쾌한 성격의 아들이었기에 업무 스트레스와 상사의 괴롭힘이 죽음의 전부일 리가 없다는 의구심을 떨칠 수 없었던 것.
'시사직격' 제작진은 김 검사의 사망 전후 상황을 자세히 듣기 위해 그와 함께 근무했던 검사들과 통화를 시도했으나 아무도 답해주지 않았다. 무거운 침묵 끝에 일명 '검찰 저격수'라 불리는 임은정 검사가 입을 열었다. 임 검사는 인터뷰에 응하는 대신 제작진에게 당시 검찰 내부 상황을 기록한 '비망록'을 보냈다.
비망록에는 김 검사가 사망했던 2016년 검찰, 특히 남부지검의 풍경이 고스란히 기록돼 있었다. 비망록에 따르면 2015년 4월 남부지검 형사 제1부에 부임한 김 검사는 같은 달 9일 환영 회식에 참석했다. 그리고 당일 당시 부장검사가 후배 여검사를 성추행하는 일이 벌어졌다.
뿐만 아니라 김 검사가 재직하던 2015년, 2016년 남부지검에서는 모 검사가 후배 검사를 강제 추행하는 등의 성범죄를 비롯한 검찰 내 비위가 광범위하게 일어났다고. 그러나 해당 사건들에 대해 징계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검찰 내부에서 바로잡으려는 움직임 또한 찾아볼 수 없었다고 전해졌다.
비망록에는 또 김 검사의 사망 이후 남부지검 자체조사에 대한 비판부터 당시 김진모 검사장과 조상철 차장검사가 책임자 처벌을 무마하려 했다는 의혹도 담겨 있었다.
임 검사는 이날 방송에 앞서 자신의 페이스북에 "김 검사를 기리고, 검찰개혁을 이루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까 싶어 비망록을 보탠다"며 "2015년, 2016년 김 검사를 자살로 몰고 간, 아수라장과 같은 검찰의 난맥상이 이제 공개된다"는 글을 올려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최민지 한경닷컴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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